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에 대한 은폐·조작 의혹 수사가 경찰 조직 윗선을 향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광주경찰청과 광주광산경찰서 등의 지휘 라인, 실제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 혐의를 받는 광산서 강력팀 등이 잇따라 조사를 받고 입건된 겁니다. 현재까지 수사선상에 오른 건 총 11명입니다. 이 가운데 4명이 증거인멸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입건됐고, 7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쳤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장윤기 사건 72일째를 맞아 현재까지 확인된 수사 내용을 토대로 장윤기 은폐·조작 의혹에 연루된 '경찰 11인'의 정체와 이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의혹 주도한 박모 전 광산서 강력팀장…구속 송치
박모 전 광산경찰서 강력팀장(57세, 경정)은 현장에서 리얼돌과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압수하지 않았으며, 현장 바디캠 등 녹화 영상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피의자의 '성적 목적'을 적시한 수사보고서를 조작하거나 검찰 송부 자료에서 누락을 주도했다는 의심도 제기됐습니다.
특수단은 15일 장윤기 사건에 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전 강력팀장이 수사의 주요 과정마다 "덮어두라"는 식의 '묵살 지시'를 한 걸로 확인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특수단은 그를 증거은닉,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장윤기 은폐·조작 의혹 관련자 중 구속 송치된 건 박 전 강력팀장이 유일합니다.
아울러 특수단은 박 전 강력팀장이 리얼돌과 케이블타이 등 증거가 살인의 주요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해 누락한 배경과 관련해 그가 "윗선에서 스토킹과 살인사건을 연결시키지 못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합니다. 사건이 '강간 목적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으로 처리된 경위와 상부의 개입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겁니다.
검경, 광산서 시작해 '광주청 지휘라인' 수사 확대
이에 검찰과 특수단은 초동수사를 담당한 광산경찰서를 넘어 상급 기관인 광주경찰청 지휘 라인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수단은 이날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당시 광산경찰서의 수사 진행 과정에서 광주경찰청 형사과 등 지휘 라인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경찰관들을 조사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검찰 역시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광주지검은 15일 광주경찰청 주요 지휘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압수수색입니다.
지휘라인 2명 입건…'강간 살인' 빠진 경위 추적 중
광산경찰서 수사 지휘 라인 중에선 14일 김철우 전 서장과 박모 전 형사과장이 나란히 입건됐습니다. 김 전 서장은 장윤기 사건 당시 수사 총괄 책임자입니다. 특수단은 그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검찰도 그를 증거인멸 방조 혐의 등으로 입건했습니다.
박 전 형사과장은 박 전 강력팀장이 이끈 광산경찰서 강력팀으로부터 사건을 보고받아 서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검찰은 그에게 증거인멸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특수단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수사 기관은 김 전 서장과 박모 전 형사과장 등이 광산경찰서 강력팀에서 확보한 증거와 의견을 축소하거나, 강간 살인 대신 일반 살인 혐의가 적용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오동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장이 15일 오전 광주경찰청에서 열린 '장윤기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브리핑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력팀원·여청과·광주청 형사과…참고인 7명 조사
특수단은 입건된 4명 외에 6일부터 14일까지 총 18명의 경찰관을 상대로 38차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광주경찰청 형사과, 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와 강력팀 소속 경찰관 등 7명은 지난 13일 참고인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장윤기 사건 발생 이후 직·간접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거나 보고를 받은 관계자들입니다. 특수단은 광주청 형사과 관계자들을 상대로 보고 체계와 지휘 과정을, 광산경찰서 강력팀원들에겐 지시 이행 여부를, 여성청소년과 경찰관들에겐 성폭력·스토킹 사건 처리 과정을 각각 조사했습니다.
다른 핵심축은 '장윤기 부친'이자 현직인 장모 경감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은 장윤기의 부친인 장모 경감입니다. 그는 현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쳤으며, 경찰청은 감찰을 진행해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수단은 장 경감과 광산경찰서의 박 전 강력팀장과 팀원 사이에서 모두 12차례 통화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장 경감이 광산경찰서 강력팀으로부터 장윤기 원룸 비밀번호와 차량을 넘겨받은 뒤 훼손된 리얼돌을 폐기하고, 범행 차량에 있던 케이블타이가 장 경감 자택에서 뒤늦게 발견된 경위에 주목합니다.
또 장윤기가 버린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강력팀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그가 단순한 사후 정리 차원을 넘어 수사기밀 공유와 증거 인멸을 공모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광산경찰서 강력팀 소속 경찰관 1명은 수사 정보를 장 경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특수단은 해당 인물이 과거 장 경감과 같은 근무지에서 근무한 전력도 확인했습니다.
'장윤기 은폐·조작' 일파만파…경찰 조직의 과제는?
장윤기 사건 발생 70일 만에 광주경찰청과 광산경찰서 지휘 라인, 수사팀, 장윤기의 부친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경찰 조직 전반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경찰 조직의 수사 지휘 체계와 책임 구조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세희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조직 전체가 공모한 범죄라기보다 개인의 일탈에 상급자 문책과 조직 비난을 피하려는 문화가 겹치면서 사안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며 "수사 부서의 독립성과 지휘 과정에 대한 상시 점검 체계를 보다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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