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전월세난이 몰고 온 패배
2026-06-04 16:26:32 2026-06-04 16:46:21
예견된 패배였다. 다 이긴 선거처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의 패배 뒤에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또다시 고개를 든 부동산시장 불안, 특히 서민들의 삶을 뿌리째 흔든 서울 전월세난에 대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기마다 되풀이되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악몽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되면서 민심이 등을 돌린 결과인 것이다.
 
전체적인 선거 판세를 짚어보면, 4년 전에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승리하며 20%에 가까운 압도적 격차로 완승했다. 반면 이번 선거는 정 후보가 선전하며 전통적 강세 지역의 득표율을 대부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자치구별로 약 8~12% 이상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전월세난에 실망한 일부 서민층의 이탈로 확실한 '압승' 구도를 굳히지 못했고, 그 틈을 타 부동산 규제 완화를 바라는 강남권의 결집이 맞물리면서 결국 오 후보에게 1.02%차 대역전패를 당하고야 말았다.
 
문재인정부 시절 서민들을 절망케 했던 아파트값 폭등은, 새 정부 들어서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권 초반 매매 시장의 숨고르기 속에서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는 기형적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데이터를 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 평균 전셋값이 불과 1년 새 12~15%가량 급등했다. 특히 학군 수요가 높은 강남권과 마포·성동·용산 등 지역을 비롯해 강북까지 서울 전역에서 고른 월세 전환율을 보이기도 했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으로 매달 빠져나가는 주거비 부담이 30% 이상 늘어난 청년층과 무주택 서민들의 유일한 선택지는 '서울 탈출'뿐이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3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4월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임대차 매물은 전세 1만5129건, 월세 1만4597건 등 총 2만97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4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3만건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사진=뉴시스)
 
특히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정치 지형의 보수화를 낳는다. 민주당 정권기 내내 이어진 정책 실패로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한몫' 잡은 자산가들은 세금 부담과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콘크리트층이 되었다. 반면, 집값과 전월세가 동시에 뛰어 '벼락거지'로 전락한 무주택 서민들과 청년층은 주거 사다리가 끊어진 절망감 속에 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가진 자들은 계급투표를 위해 떠나고, 못 가진 자들은 배신감에 등을 돌리면서 리버럴 정부의 고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 후보는 민주당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과 전월세난'을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삼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정 후보는 거시적인 부동산 논쟁에 휘말리기보다 자신이 강점을 가진 '행정 전문가'와 '주거 복지' 프레임으로 대응하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전월세난에 분노한 민심의 흐름 속에서 오 후보의 공세적 부동산 쟁점화가 유권자들에게 더 강하게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반복된 정책 실패로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되풀이되고 있는데도, 정부 여당에서 누구 하나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이가 없다. 물론 대규모 주택 공급이 단시일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 근절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가장 앞에 두고 정책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묻고 있다. 패배가 기정사실화됐던 오세훈의 승리는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안긴 반사이익이다. 주거 안정을 이루지 못하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엄중한 경고를 정부 여당은 뼈아프게 되새겨야 한다.
 
오승훈 산업1부장 grantorin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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