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7% 성장하며 '깜짝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를 낙관적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는 액화석유가스(LPG)부탄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4차 동결 등 물가안정 대책을 병행하고 있지만, 물가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최대 암초로 남아 있습니다.
성장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인플레 현실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통상부·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 장·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7차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7% 증가하며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 호조의 영향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중동 전쟁 휴전 협상이 지연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대응을 더욱 강화할 방침입니다.
실제 경제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중동발 유가 급등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3월 생산자물가는 4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생산자물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4월부터 소비자물가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플레이션은 이미 발생했다"며 "올해 3월 생산자물가가 이미 많이 올랐는데 1~2주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도 따라서 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PG 가격 급등에 세제 인하…효과는 '제한적'
특히 다음달부터는 LPG 국제가격 상승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제 LPG부탄 가격은 지난달 톤당 540달러에서 이번달 톤당 800달러로 48.1% 급등했습니다. 국내 LPG부탄 가격 역시 지난달 kg당 1571원에서 이번달 1621원으로 3.2% 올랐습니다. 이에 정부는 LPG부탄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10%에서 25%로 확대했습니다. 적용 기간도 다음달 1일부터 6월 30일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 교수는 이번 정부의 대책을 두고 "국제 LPG 가격이 올랐으니 기존 세율을 적용하는 것보다는 도움이 된다"며 "다만 오르는 국제 가격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고 약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석유는 중동에서 70% 수입하지만 중동 전쟁이 발생한 이후 미국 등으로 대체 수입로를 찾으려 노력했다. LPG는 그 정도 노력이 이뤄졌는지 확실치 않다"며 "수입선을 전환하는 게 상대적으로 LPG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석유 상한제 4차 동결…효과 약화·정책 모순 논란
산업통상부는 물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이날 석유 최고가격제 4차 동결도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0시부터 2주간 정유사 공급 가격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유지됩니다. 산업부는 "민생을 최우선에 놓고 결정했다"며 "지난 2주간 국제 제품 가격이 하락 추세이긴 하나 국제유가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는 점과 석유 수급 위기 상황에서 수요관리 측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가격을 동결한 것을 두고 물가 부담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단순 산식 적용 시 4차는 3차와 비교해서 휘발유는 약 100원, 경유는 약 200원 인하 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남경모 산업통상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석유 최고가격 4차 브리핑'에서 "그간 3번의 최고가격제 결정 시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 인상분을 덜 반영한 점과 서민 경제 부담, 물가 및 석유 소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단기적 효과에 그친다는 점도 물가 부담 완화에 한계로 작용합니다. 강 교수는 "정부는 소비자들의 유가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석유 최고가제를 시행했지만, 그것 때문에 물가가 안정되지 않고 잠깐 누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쟁이 시작된 지 곧 두 달째에 접어들며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유가가 2000원을 넘었다"며 "석유 최고가격제가 물가가 안정에 큰 도움을 줬다고 보긴 어렵고 국제유가 자체가 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에는 정부의 고유가 대응 정책 간 모순으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 교수는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지만, 석유 최고가격제로 가격을 보전해 에너지 소비를 늘릴 여지 남겼다"면서 "상충하는 정책 혼재돼서 시행되다 보니 정부가 목표로 했던 효과도 나타나지만 역효과도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둔 2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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