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바이러스' 도난 충격
브라질 대학교수 부부 고위험 바이러스 훔쳐, 세계 과학계 발칵
2026-04-15 09:10:01 2026-04-15 09:10:01
브라질의 한 대학에서 도난된 것으로 알려진 뎅기 바이러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어 전파되는 급성 열성질환이다.(사진= CDC)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브라질의 한 유수 대학 내 고위험 병원체 취급 시설에서 바이러스 샘플이 도난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유출된 샘플은 모두 회수되었고 보건당국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실험실이 뚫린 경위를 두고 과학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를 비롯한 주요 과학 매체들은 이 소식을 톱뉴스로 다루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야간에 은밀히 반출된 '위험한 샘플들'
 
사건은 지난 2월, 브라질 캄피나스 주립대학교(Unicamp)의 바이러스학 및 응용 생명공학 연구소에서 시작됐습니다. 이곳은 공기 필터와 특수 차단 시스템을 갖춘 생물안전 3등급(BSL-3) 시설로, 치명적인 병원체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생물안전등급(BSL)은 미생물이나 바이러스를 다루는 실험실의 안전 수준을 1~4단계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위험한 병원체를 다루며 보안이 엄격합니다. 4등급은 에볼라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취급하는 최고 수준의 시설입니다.
 
현지 언론과 법원 문서에 따르면, 이 실험실의 박사과정생인 마이클 밀러(Michael Miller)가 심야와 이른 새벽 등 이례적인 시간에 무언가를 들고 나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습니다. 동료들의 신고를 받은 연방경찰은 지난달 21일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대학 내 식품공학 단과대 등지에서 숨겨진 샘플들을 찾아냈습니다.
 
현직 교수 체포, 경찰 증거 인멸 시도 찾아내
 
브라질 연방경찰은 이번 사건의 주동자로 이 대학 식품공학부 소속 연구원이자 바이러스 학자인 솔레다드 팔라메타 밀러(Soledad Palameta Miller)를 지목하고 지난달 말 그녀를 체포했습니다. 솔레다드는 앞서 언급된 마이클 밀러의 아내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녀는 경찰의 초기 수색 이후 관련 증거를 폐기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솔레다드는 연방 경찰의 1차 수색 직후 남은 증거를 파괴하거나 폐기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또한 그녀의 남편 마이클 밀러가 야간에 박스를 들고 나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안드레 히베이루 연방경찰청장은 “물질이 발견된 장소가 해당 교수의 작업 공간인 만큼 일차적 책임이 그녀에게 있다”라며 “남편이나 제3자의 가담 여부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솔레다드 교수는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입니다.
 
"왜 훔쳤나?", 세계 과학계 당혹
 
이번에 유출된 바이러스는 뎅기열, 치쿤구니야, 엡스타인-바(Epstein–Barr) 바이러스 등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라질 규정상 이들은 ‘중등도 위험’으로 분류되지만,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엄격한 BSL-3 등급 시설에서만 다뤄야 하는 위험 물질입니다.
 
전문가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대목은 ‘동기’입니다. 전 브라질 바이러스학회장 마우리시오 노게이라(Maurício Nogueira) 박사는 네이처(Natur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동료 과학자가 요청하면 공식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샘플을 공유하는 전통이 있다"라며 "도대체 왜 위험을 무릅쓰고 이 바이러스들을 훔쳐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질 현지 뉴스는 수사 당국이 체포된 솔레다드 밀러 교수가 훔친 바이러스 샘플을 제약 산업체에 판매하려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단순 연구 목적이라기엔 반출 방식이 지나치게 은밀했기 때문에 제약업계 판매 목적 의혹이 불거진 것입니다.
 
BSL-4 건립 앞두고 신뢰 위기 우려
 
이번 사건은 브라질이 캄피나스 인근에 남미 최초의 최고 보안 등급 실험실인 BSL-4 건립을 추진 중인 민감한 시기에 터져 나왔습니다.
 
파울로 산체스(Paulo Sanches) 상파울로 주립대 교수는 "BSL-3 실험실에서 승인 없이 샘플이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도난이 이루어진 대학의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합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대학 측이 유출된 바이러스 목록을 즉각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한 대응을 보여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대학 측은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며 경찰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태입니다. 현재로서는 수사 기밀 유지를 이유로 구체적인 기술적 세부 사항은 비공개에 부쳐지고 있습니다. 도난된 바이러스의 규모도 초기 보도와 달리, 일부 매체는 최대 24종의 바이러스가 사라졌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대학 측은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전문가들은 BSL-3 시설의 보안 체계가 내부자의 공모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합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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