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비에 원가 압박까지…K-전자 수익성 악화 ‘경고’
해상운임 37% 급등…가전업계 직격타
철강·나프타 등 핵심 소재 비용 상승세
업계 대응 총력…“불확실성이 뉴노멀”
2026-04-03 14:09:44 2026-04-03 14:09:44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전자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추격과 미국 관세 정책 등 리스크가 산적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해상 운임비 확대와 원가 수급 불안까지 더해지며 전반적인 수익성에 경고음이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기업들은 고정비를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대외 변수에 의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실효적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가전제품 판매대에 세탁기와 냉장고 등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해상운임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3일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826.77로, 중동 사태 이전인 2월27일 1333.11보다 37% 상승했습니다. SCFI는 글로벌 주요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을 종합한 지표로, 지수 상승은 해상 운송 비용 부담이 확대됐음을 의미합니다.
 
운임 상승은 가전업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은 부피가 커 항공 운송이 사실상 어렵고 선박 운송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4년 물류 대란 당시 LG전자의 운반비는 전년 대비 16.8% 증가했으며, 삼성전자의 운반비도 3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영업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원자재 수급 불안에 따른 원가 부담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나프타는 톤(t)당 1171달러로 한 달 사이 2배 가까이 올랐으며, 알루미늄 가격도 t당 35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와 알루미늄은 가전제품에 널리 쓰이는 소재로, 국내 기업들은 이들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복합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간 이란을 강하게 공격해 석기시대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했고, 이란 역시 “지금까지 받은 상상 이상의 타격보다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며 파괴적인 후속 조치를 각오하라”며 맞불을 놓으면서 확전이 불가피해졌습니다.
 
3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가전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의 전반적인 여건도 녹록지 않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가전 전반에서 저가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의 관세 부담 역시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2일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제품 내 금속 함량에 따라 관세를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제품 가격 기준으로 일괄 적용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2분기 전망도 어두워졌습니다. 지난달 무역협회의 ‘2026년 2/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전의 EBSI는 51.3으로 15대 품목 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EBSI는 향후 수출 경기를 전망하는 지수로,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100 이하면 악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도 자구책 마련에 분주해졌습니다. LG전자는 지난해 인력 효율화를 통해 고정비를 줄였고, 삼성전자는 임원들에게 단거리 비행 시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도록 권하는 등 사실상의 긴축 경영에 나섰습니다.
 
다만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등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로 지적됩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전쟁이 끝나도 그 여파로 경제·산업 전반의 시스템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예측하고 대비를 세우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불확실성이 뉴노멀이 된 시대”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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