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삼성물산, 옅어진 토목 존재감…일감도 현금도 말랐다
매출은 유지되지만 수익성·현금흐름 부담 확대
과거 성장 축에서 이제는 리스크 관리 영역으로
하이테크로 무게 이동…데이터센터·에너지 재편
2026-04-03 06:00:00 2026-04-03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4월 1일 10: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에서 토목 사업 존재감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간신히 현상 유지 중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신규 수주가 크게 줄어든 데다 수익성과 현금흐름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는 모습이 포착된다. 한때 주력 축이었던 토목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대신, 하이테크 등 수익성 중심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며 사업 무게 중심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 지하철 T307, T313 토목공사 (사진=삼성물산)
 
돈은 막히고 일감마저 고갈…수익성까지 꺾여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매출 구조를 보면 지난해 기준 토목부문의 매출은 7697억원으로, 전년 761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사실상 제자리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플랜트부문은 2조 9314억원에서 3조 3468억원으로 14%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건설계약 관련 전체 매출은 14조 1673억원으로, 전년 18조 7346억원보다 24% 줄었지만 수주잔고는 27조 7149억원에서 29조 4978억원으로 6% 가량 증가했다.
 
각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하이테크를 포함한 빌딩 부문은 70%(9조 9063억원), 플랜트 부문은 24%(3조 3468억원), 토목은 5%(7697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토목은 4%에서 5%로 소폭 늘었지만 그럼에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토목 부문에서 현금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모습이 포착된다. 같은 기간 공사미수금은 이미 공사를 끝내고 대금을 청구했지만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1272억원에서 2011억원으로 1년 새 58%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미청구공사를 포함한 계약자산은  1364억원에서 661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는 공사는 진행됐지만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즉 공사를 종료하고 청구까지는 갔는데,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는 속도는 늦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통상 미청구공사가 줄고 미수금이 늘어나는 경우는 청구 이후 회수 구간에서 막혔다는 신호로 읽힌다.
 
발주처로부터 미리 받은 공사선수금은 679억원에서 56억원 수준으로 91%나 급감했는데, 이는 새로 착수되는 프로젝트가 줄어들면서 선금 유입이 감소했고, 앞으로 청구로 이어질 남아 있는 일감 자체도 함께 얇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기존 공사로 매출은 유지되고 있지만, 신규 물량이 충분히 이어지지 않으면서 토목 부문의 성장 동력은 점차 약해지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수익성마저도 후퇴하는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말 토목부문 추정총계약수익은 2024년 468억원 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218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해당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은 공사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최종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됐다는 얘기인데 한 마디로 '프로젝트 기대치가 꺾였다'는 신호다. 여기에 공사손실충당부채가 943억원에서 12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일부 현장에서 예상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는 축소, 해외는 선별…리스크 관리형 전략으로 선회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그간 토목 분야에서 강점을 인정받아 왔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에서 토목·건축 통합 1위를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넘게 유지했는데, 당시 인천대교, 주요 고속도로·철도·터널 공사 등 국가 기간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기술력과 공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특히 고난도 공사로 알려진 지하철·터널과 장대교량 같은 고부가 토목 분야에서 레퍼런스를 쌓으면서 해외 발주처들 사이에서도 기술·사업관리 역량으로 이름을 알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사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해당 부문의 존재감은 점차 옅어지는 흐름이다. 수주 실적과 잔고, 향후 전략 방향을 함께 놓고 보면 단순한 일시적 변화라기보다 포트폴리오 자체가 재편되는 과정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2026년) 사업 전략에서도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반도체·데이터센터 발주 증가, 신재생·원자력 등 에너지 수요 확대 등만 핵심 기회로 제시한 내용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이 토목 부문에서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배경에는 국내 공공 토목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 발주 중심의 시장 특성상 최저가 낙찰제와 적격심사 방식이 일반화돼 가격 경쟁이 과도하고, 공사비 상승과 안전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다. 또 최근에는 중견·지역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구조인데, 이 같은 조건 속에서 삼성물산이 무리하게 물량을 확대하기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며 토목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온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회사는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등 수익성이 높은 하이테크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토목은 국내보다 해외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가져갈 방침이다. 다만 발주처 정산 지연 등 구조적 부담이 여전해, 토목 부문은 공격적 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둔 운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2년간의 해외 토목 수주 현황을 보면 중동·오세아니아 중심 대형 에너지·전력 인프라, 공항·메트로 같은 고난도 프로젝트에 집중돼 있고, 리스크 큰 저마진 공사는 의도적으로 거르는 전략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토목 부문 손익 변동은 일부 해외 프로젝트 영향으로, 국내 사업 구조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라며 "회사는 하이테크와 건축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토목은 해외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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