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도 공급사도 ‘윈윈’…메모리 판매 ‘변곡점’ 도래
3~5년 단위 장기 계약 기조 늘어
불확실성 줄고 침체기 대응 효과
2026-03-20 14:41:11 2026-03-20 15:05:27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이 이끈 구조적 수요 변화와 ‘메모리 공급난’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판매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통상 메모리 업계의 장기공급계약(LTA)은 기간이 분기~1년 수준이었는데, 3~5년 단위의 계약이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장기 물량을 확보하고, 공급사는 시장 침체기(다운사이클)에 대비할 수 있어 양측 모두 ‘안정성’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6’에서 SK하이닉스가 전시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16단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모형 전시물. (사진=SK하이닉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업체들은 고객사들과 3~5년 단위의 장기 계약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메모리 사업이 성장과 침체 사이클이 반복되는 만큼 다년 계약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미래 사업 투자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각) 실적발표 이후 실적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론은 고객사와 5년 단위의 전략적 고객 계약(SCA) 체결을 완료했다”며 “기존 장기 계약과 달리 수년간의 구체적인 약정을 포함해 사업 가시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지난 18일(한국시각)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고객사와 3년, 5년 등 다년 메모리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도체 부문은 중장기 사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건전한 메모리 수급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메모리 업계가 3~5년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배경으로는 산업 구조의 변화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이후 차세대 제품부터는 맞춤형 HBM(커스텀 HBM)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사들이 제품 설계부터 공급사와 협업을 이루는 만큼 장기 계약 수요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장기 계약이 D램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세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범용 D램의 수익성이 HBM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 상황에서, 범용 D램의 단가 상승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로 보면, HBM을 비롯해 낸드플래시의 수요도 이어지는 데다 차세대 HBM의 출하 비중이 높아지면 ASP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가 중장기 단위의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메모리 업체들의 높은 수익성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을 비롯해 메모리 전 제품군이 워낙 물량이 부족해 고객사 입장에서는 장기 계약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싶을 것”이라며 “공급사도 장기 계약이 이뤄지면 계약에 맞춰 투자를 미리 진행할 수 있어 서로에게 장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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