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똑똑한 'K-물 기술'…'트랙 레코드' 수출 전략 절실
2026 워터코리아, 미래 AI 정수 '각축전'
필터 없는 수처리부터 AI 안전망까지
ICT·딥테크 융합 등 기후 안보도 '정조준'
국내 넘어 미국 등 선진국 진출 '핵심과제'
산업 생태계 확장도…미래 인재 유입 필요
2026-03-18 16:21:32 2026-03-18 16:21:3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상하수도협회가 공동으로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6 대한민국 국제물산업박람회(WATER KOREA 2026)' 현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똑똑한 물 기술'이 총집결한 경연장과 같습니다. 기존 물리적 여과 방식을 뛰어넘는 전기에너지 기반의 수처리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능형 관제 시스템 등 미래 물 산업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 물 관리' 흐름입니다. 센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질을 실시간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기술들이 곳곳에 배치됐습니다. 단순히 물을 정화하는 수준을 넘어 예측하고 대응하는 단계로 진화한 모습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상하수도협회는 국내 우수 물관리 기술과 물산업을 알리고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대한민국 국제물산업박람회(WATER KOREA 2026)'를 오는 2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한다. (사진=공동취재단)
 
대기업부터 강소기업까지…'K-물 기술'
 
특히 통신 기술을 접목한 원격 관리 시스템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LG유플러스의 부스는 물 산업의 '디지털 전환(DX)'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사물인터넷 망인 새로운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상용화 후 현재 전국 141개 지자체에 250만여 건의 원격 검침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현장 관계자는 "저주파 대역의 면허 대역을 사용해 지하 깊숙이 위치한 수도계량기 통신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검침 데이터 전송에 그치지 않고 가스·열 배관 안전 관리 노하우를 접목한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통합 관제 플랫폼이 핵심으로 꼽힙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싱크홀(땅꺼짐) 예방을 위한 이상 징후 포착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는 기울기, 붕괴, 균열, 충격 감지 센서를 활용한 AI 진단 프로그램이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실시간으로 관제 센터에 데이터를 전송하고 담당자에게 즉시 알람을 보내는 체계입니다.
 
즉, 상하수도 인프라 관리가 단순한 유지보수를 넘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AI 방역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수·공급·처리의 전통적 방식을 넘어 데이터와 AI가 결합한 새로운 물산업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허현철 일렉트로워터 대표가 18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물산업박람회(WATER KOREA 2026)' 부스에서 자사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딥테크 스타트업 '일렉트로워터'의 저압 전기 이동 방식의 수처리 기술도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입니다. 물속의 중금속이나 염분을 제거하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인 방식이 역삼투막(RO) 필터이나 근본적 한계를 넘어선 기술로 평가받습니다.
 
이 기술은 물 압력으로 밀어내는 '여과'가 아닌 물을 그대로 두고 전기적 힘으로 이온만 뽑아내는 '투과방식'입니다. 이 기술은 단 1.2볼트(V) 수준의 낮은 전압으로 양이온과 음이온을 분리하는 등 탄소 중립 시대에 필수적인 초저전력 수처리를 가능케 합니다. 
 
창업 3년 차인 이 기업은 1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국내 스마트팜의 철분 제거·pH 조절 사업, 베트남 메콩델타 지역의 염분 제거 사업 등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한국종합기술, 도화엔지니어링, 건화, 삼안 4개사의 공동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계획부터 설계, 감리까지 건설 사업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으로 4개사 합산 인력 8500명, 연 매출 규모만 1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현장 관계자는 "국내 상하수도 보급률이 99%에 달해 시장이 포화 상태인 만큼,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며 최근 필리핀에서 250억원 규모의 공항 사업을 수주한 성과와 콜롬비아 대규모 설계 용역 추진 현황 등을 공유했습니다.
 
 
유명수 한국상하수도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우수 물관리 기술과 물산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좁은 국토와 한정된 수자원 조건에서 질소까지 제거하는 엄격한 방류수 기준을 맞추며 쌓아온 노하우가 집대성됐다는 평가입니다.
 
미국 등 선진 시장 '과도기'
 
최근에는 K-컬처 확산에 따라 아프리카와 동남아 신흥 시장을 넘어 미국 등 선진 시장을 진출하는 과도기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수출 플랫폼 성격이 짙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명수 한국상하수도협회 상근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는 해외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물기업의 해외 진출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상수도협회(AWWA)·물환경연맹(WEF)과 공동 컨퍼런스를 여는 등 국내 기업들이 현지 유틸리티 관계자들과 직접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 핵심입니다. 부스를 찾은 해외 바이어들은 제품을 직접 살펴보며 기술 설명을 듣고 계약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수출 상담이 한창이었습니다. 
 
유 상근부회장은 비즈니스 성과 측면을 묻는 물음에 "현 216개 기업이 부스를 열고 참여 중인데 우리나라 핵심 물 기업은 다 모였다고 보면 된다. 올해 해외 바이어도 17개국에서 60여명이 방문했다"며 "작년 상담 금액이 7500억원이었고 실제 계약이 633억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해외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만큼 그 성과를 충분히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드 라프랑스(David LaFrance) 미국수도협회(AWWA) CEO가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물산업박람회(WATER KOREA 2026)'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데이비드 라프랑스(David LaFrance) 미국수도협회(AWWA) CEO는 "이번 방문에 20여명의 미국 물 전문가들과 동행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AI 정수장을 직접 보기 위한 것"이라며 "투어를 통해 한국 기술이 세계 물 산업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가르쳐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은 이 분야의 강력한 리더"라고 강조했습니다.
 
선진국 시장·생태계 확장에 고삐죄야
 
그럼에도 넘어야할 장벽은 높습니다.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확보 전략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나 산업계에서는 '과거의 실적' 또는 '검증된 이력'을 통용하는 말로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기록'이 없으면 보수적인 물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렵습니다. 이를 확보하는 것이 해외 진출의 핵심 과제입니다.
 
산업 생태계의 확장도 요구됩니다. 물산업 전 밸류체인으로 한자리에 모였지만 청년 일자리 등 미래 인재 유입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대학원생 대상 논문 공모전과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가 이번 행사와 궤를 함께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제1차관은 "미래 유망기술 R&D,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부터 강소기업까지 물관리 기술과 물산업이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며 "우리 물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8일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1차관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국제물산업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부산=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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