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합법에도 타투이스트 검찰송치·차량압류 왜?
비의료 문신 행위 합법화 법 2027년 10월 시행
현장 타투이스트들은 '의료법' 위반 처분 불안 여전
민원인 신고시 구청 위생과 조사, '영업정지' 경고도
법조계 "문신사법 제정 취지 고려해 법 집행해야"
2026-03-15 11:44:58 2026-03-15 11:49:48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왜 저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싶어요. 문썹 문신하는 다른 원장님들도 가압류까지 당한 거는 처음 봤대요."
 
대전에 사는 정유선(26·가명)씨는 지난해 1월 속눈썹펌과 눈썹문신을 전문으로 하는 미용업체 문을 처음 열었습니다.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는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정씨는 그해 9월 익명의 민원인 신고로 의료법 위반으로 경찰조사를 받게 됐고, 그해 11월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후 차량과 예금계좌를 압류 당했습니다. 모두 가게 문을 연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비단 정씨뿐 아닙니다. 지난해 9월 비의료인의 문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타투이스트들은 익명의 민원인이 신고할 경우 경찰 혹은 구청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신세입니다. 2027년 10월29일 문신사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현행법(의료법·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처벌이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문신사법의 취지를 고려해, 타투이스트에 대한 처벌보다는 계도를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24년 5월9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눈썹문신시술 의료법 위반 여부 관련 국민참여재판 무죄 촉구 집회'에 참가한 문신사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9월22일 대전서부경찰서의 처음 조사를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국민 신문고로 정씨에 대해 "눈썹문신과 반영구 불법시술을 하고 있으며 마취크림 사용도 확인되고 있다"고 신고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문신사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은 의료법 위반이라 아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생전 처음 받는 경찰 조사에 당황한 정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같은 해 10월 2차 조사에서 정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대전서부경찰서는 결국 정씨를 지난해 11월 대전지검에 송치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대전지법에 추징보전청구, 대전지법은 지난달 5일 정씨 소유 자동차와 계좌(예금 채권) 가압류했습니다. 문신으로 벌어들인 1320만원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향후 추징을 위해 차량과 계좌의 보전을 결정한 겁니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10일 대전지검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입니다. 
 
이후 정씨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또다시 누군가 신고해 영업 중 구청 위생과나 경찰이 불시 조사를 나오지 않을까하는 겁니다. 정씨는 "가게가 1층에 있다 보니, 문 앞에 사람들이 지나가기만 해도 신경쓰인다"며 "특히 예약자가 없을 시간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면 좀 많이 떨리고 소위 정신병이 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타투이스트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 전 서울에서 속눈썹펌과 눈썹문신을 주로 하는 미용업체를 차린 한지혜(24·가명)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한씨는 "3월 첫째주쯤에 손님인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구청 위생과 직원이었다"며 "예약 손님이 올 시간이라 들여보내진 않았는데 다음에 또 신고가 들어오면 영업정지라고 이야기를 하고 갔다"고 전했습니다. 한씨는 "계속 찾아올 것 같아 무섭다"며 "업을 접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속눈썹펌과 눈썹문신을 하는 곳은 보통 '미용업'으로 등록하는데, 미용업은 공중위생관리법 적용을 받습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미용업자는 의료기구와 의약품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마취크림과 바늘을 사용해 눈썹 문신을 하면 지자체장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영업정지나 영업폐쇄도 명할 수 있습니다.
 
타투이스트들의 불안은 문신사법이 시행되는 오는 2027년 10월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신사법이 시행되면 해당 법에 근거해 자격을 갖춘 타투이스트들은 타법률이 아닌 문신사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1년여 후면 합법으로 인정될 수 있는 문제가 지금은 불법으로 단속·처벌 받고 있는 셈입니다.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공익에 의해서 법을 집행할 의무가 있는 경찰이나 검찰이라면 문신사법이 제정된 상황을 고려해 법 집행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법을 형식적으로만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안타깝다"며 "2027년 10월 법이 시행되면 면소가 될 일인 데다가 특히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범죄 여부가 맞는지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있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라가 있는 사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문신사법 제정 취지와 내용을 감안해 처벌(이나 처분) 보다는 안전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업무를 좀 협조 요청해달라는 내용을 담아 공문을 보냈다"며 "조사를 하시되, 정말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고 엉망으로 하고 있으면 처벌해야겠지만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면 처벌보다는 좀 잘 (지도)해주십사 설명을 드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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