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윤금주 수습기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요동치던 세계 경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란이 미국에 협상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하던 국제유가는 진정세를 보였고, 국내 외환시장에서 치솟던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멈췄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던 미국·이란의 물밑 접촉설에 세계 경제도 한숨 돌리는 모습입니다.
실낱 같은 희망에…국제유가, 거친 랠리 중단
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다음날 이란 정보당국이 제3국을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에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고 익명의 중동 및 서방 관료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물밑에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CIA에 접촉한 것도 이 같은 고민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미 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접촉을 실질적인 협상 신호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백악관과 이란 관료들은 해당 보도에 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CIA도 언급을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미·이란 간 분쟁이 예상보다 일찍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은 곧바로 시장에 반영됐습니다. 전날까지 이틀간 15%가량 치솟던 국제유가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실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4.66달러로 전일보다 0.1달러(0.13%) 오르는 데 그쳤고, 국제 기준물인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런던 국제(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81.40달러로 전일 대비 보합에 머물렀습니다.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반등세를 보였습니다. 미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238.14포인트(0.49%) 오른 4만8739.41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52.87포인트(0.78%) 내린 6869.5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90.79포인트(1.29%) 오른 2만2807.48에 각각 마감했습니다.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급반등하며 오전 한때 전일 대비 약 4% 오른 5만6441을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숨 돌린 환율, 1460원대로…중동 불안 상존에 긴장감도
국내 금융시장도 진정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2원이나 내린 1464.0원에 출발해 등락을 거듭하다가 8.1원 내린 1468.1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중동발 악재에 전날 역외·야간 거래에서 한때 1505.8원까지 치솟아 '심리적 방어선'인 1500원을 돌파했습니다.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입니다.
국내 증시 역시 곧바로 반등했습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지수는 3.09% 오른 5250.92로 출발, 급상승을 이어간 뒤 9.63% 상승한 5583.90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특히 코스피는 이날 오전에만 12% 넘게 급등했는데, 지난 3일 7.24%, 4일 12.06% 각각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입니다. 코스닥지수도 14.10% 오른 1116.41을 기록, 1000선을 회복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중돌발 악재에 따른 환율 불확실성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중동 사태 장기화 우려도 이어지면서 긴장감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중동 분쟁 발생 이후 약 90일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환율 상단을 1525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미국 이란 분쟁 확전 우려가 완화되자 일시적으로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물동량이 많지 않고 불안 요인이 남아있단 점에서 재차 상승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중동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윤금주 수습기자 nodrin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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