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이어 이란도 '드론 전쟁'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소모전·장기화 변수로 등장
2026-03-06 06:00:00 2026-03-06 06:00:0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류 최초의 전면적 드론 전쟁이다. 최강의 지상군 전력, 그중에서도 탱크 전력이 압도적이라는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선전한 데는 드론 활용이 절대적이었다. 
 
'페가수스 25'는 지난해만 러시아 탱크 110대와 장갑차 270대를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와일드 호넷'은 대전차 고폭탄(RPG-7 탄두 등)을 매달고 탱크의 약점인 상부나 엔진룸을 정밀 타격하는 전형적인 '탱크 킬러'로 불린다. 4kg 이상의 대형 탄두를 장착해 건물이나 장갑차를 파괴하는 '마무트'도 있고, 폭탄을 투하하고 복귀하는 '폭격기' 역할을 하는 '퀸 호넷'과 러시아 본토의 정유소나 군사 시설을 타격하는 장거리 자폭용 '리우티'도 활약했다.
 
이들 대부분은 1인칭 시점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이다. 지상 조종사가 기체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며 조종하는 드론으로, 미래전의 상징적 장비다.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군은 1인칭 시점 드론으로 러시아 비행장을 공습해 전략폭격기를 타격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가격은 수백만 원대에 불과해 미사일이나 항공기에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크다.
 
드론에 기습당한 러시아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이란에서 '샤헤드-136' 공격용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들여와 '게란-2'라는 이름으로 활용하는 한편, '란셋' 자폭 드론 등 자체 드론 제작을 서둘렀다. 이제 양측은 1인칭 시점(FPV) 드론으로 싸운다. 드론을 막기 위한 전파 방해가 심해지자 광섬유 케이블을 활용하는 드론도 등장했고, 스타링크를 장착해 조종 거리 확장도 꾀하고 있다.
 
이란제 샤헤드 자폭 드론. (사진=연합뉴스)
 
이란, 중동 전역으로 전장 확대…탄도 미사일은 아끼고 저가 드론 활용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발한 이란 전쟁도 드론 전쟁이다. 지상군 투입을 두려워하는 미국은 압도적 해군과 공군 무력으로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과 제럴드 R. 포드가 중동 해역에 배치됐고, '죽음의 백조' B-1,'침묵의 암살자' B-2, '하늘의 요새' B-52 등 '전략폭격기 3대장'이 모두 출격했다. F-22, F-35, F-16 전투기, F/A-18 슈퍼 호닛, A-10 공격기, EA-18G 전자전기 등 최신예 전투기와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패트리엇과 사드(THAAD) 등 미사일 방어 체계도 투입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격에는 최소 20가지 이상의 미군 무기체계가 동원됐으며, 첫 24시간 작전 비용만 올해 미국 전체 국방예산(약 1조달러)의 0.1% 규모인 7억7900만달러가 들어갔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란은 저가 드론을 앞세운 '소모전'과 '확산전'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걸프 지역 국가들을 향해 최소 2000기 이상의 드론과 구형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군 기지는 물론 각 국의 자체 정유시설과 LNG 시설이 공격당했고 UAE의 경우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데이터센터도 포함됐다. 이 중 대부분이 러시아에 제공했던 샤헤드-136인 것으로 보인다. 샤헤드는 저고도·저속으로 비행하는 특성 때문에 탄도미사일에 비해 탐지와 요격이 더 어렵다. 미군의 첫 사망 사례도 이란의 자폭 드론으로 나왔다. 지난 1일 이란 드론이 쿠웨이트 슈아이바 항구의 미군 작전센터를 공격해 미군 6명이 사망한 것이다.
 
미국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일(현지시간) 연방 의회에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이란의 공격용 드론이 주요 위협이며, 미 공중 방어 체계가 이를 모두 요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4일 보도했다. 샤헤드 드론은 대당 2만달러(약 2960만원)수준인 반면 이를 방어하는 미국과 걸프 국가들의 방공 요격 미사일은 기당 400만달러(약 59억2000만원)에 달한다. 2만달러 드론 하나를 잡기 위해 20배 비싼 미사일을 써야 하는 '가성비'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미국이 현재 패트리엇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사일 탄약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미국의 중급·중상급 수준 군수물자 비축량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고 우수하다"며 "이 물자들만으로도 전쟁을 '영원히(forever)'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우려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지난 3일 이란 <파르스 통신>은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이 가득 찬 지하터널 영상을 공개했다. 저가 무기로 미군의 고가 방공 전력을 소모시킨 뒤,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겠다는 압박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파타흐(Fattah)' 계열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탄도미사일은 아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량은 이번 전쟁에서 최대 주목 사항이다.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때 3000기 중 상당수가 파괴당했으나, 그 뒤 집중 복구해 이번 전쟁 발발 전까지 1500~2000기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사일 등 양측의 군사 자원 소모 속도가 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란의 걸프 지역 국가들에 대한 공격은 '예상 밖 전술'로 평가된다. 이란에 우호적인 오만은 물론 중립적인 국가들을 적으로 돌리는 등 역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전쟁 확산과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국제적 불안감을 높여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요격된 이란 드론 잔해가 푸자이라 석유 시설에 떨어진 뒤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부터 드론 급속 보급 나선 미군
 
미군도 이번 전쟁 초기부터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중동 담당인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모델로 한 저가형 드론들이 이제 '미국산' 응징을 가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어 "이번 이란 공격이 미 국방부가 실전에서 일방향 공격 드론을 처음 사용한 사례"라면서 "첫 실전 시험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실전 투입이)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베껴서 이란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은 상대적으로 드론 보급이 늦었으나, 지난해 7월 '미국 군사 드론 우위 확보' 지침에 따라, 소형 드론을 탄약과 같은 소모품으로 지정하고 사용 권한도 현장 지휘관에게 부여해 보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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