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과 AI가 만든 난치성 질환 이야기- 연재를 마치면서
호기심과 AI가 만든 난치성 질환 이야기⑫
2026-03-03 12:00:00 2026-03-03 12:00:00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암의 가짜내성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난치성 질환 이야기 어떠셨나요? 궁금증을 풀어가는 데 있어 AI가 결정적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의 AI를 활용한 학습 과정도 있었지만, 학습에서 얻어진 가설을 동물시험을 통해 입증하고,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를 새롭게 AI에 입력하며 또다시 AI를 통해 새로운 가설을 찾는 반복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그 결과는 저도, 저희 회사의 연구진에게도 놀라웠습니다. 에너지 대사의 관점에서 보면 암도 자가면역증도 심지어는 퇴행성 뇌 질환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중요한 축에 있다는 것이 그 핵심이었으니까요.
 
‘혹시,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페니트리움이 만병통치약이 아닐까?’ 솔직히 저희 연구진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고 싶지는 않지만, 답은 ‘아직은 아니다’ 입니다. 약물의 효과는 임상을 거쳐야 비로소 확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페니트리움은 아직 임상 단계를 거치지 않은 ‘시험약’일 뿐입니다.
 
그래도 임상 결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페니트리움의 형제 약물이라 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 제프티가 이미 임상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제프티는 COVID-19 창궐 시절 긴급 임상의 형태로 이미 300여명의 환자에 대해 투약된 바가 있었고, 그 결과는 엄격한 동료심사를 거쳐 유력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정식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제프티와 페니트리움은 ‘니콜라사마이드’를 핵심 성분으로 하지만, 각각 타겟하는 질병에 맞도록 제형을 달리한 약물입니다. 바이러스 질병은 초기에 진압해야 하므로 치료약물이 혈액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약의 처방 기간도 빠르면 3일, 길어야 7일이기 때문에 투약 방법도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장기복용을 요하는 암과 같은 질병에 대해서는 혈액 내 약물의 잔존시간보다는 약물이 타겟하는 부위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게 만드느냐가 핵심입니다. 장기복용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고용량 처방보다는 저용량 처방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의 가능성을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사실 페니트리움과 같이 세포의 ‘에너지 대사 시스템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약물은 특정 유전자나 신호 경로를 직접 억제하는 약물보다는 부작용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mRNA백신이 많은 생명을 구한 것이 사실이지만, 코로나 감염 이후 long COVID를 겪는 사례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페니트리움은 우리 몸의 세포 안에서 이루어지는 단백질 합성 기전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 에너지 대사 기전을 건드려 해당 세포의 자체세정을 유도하거나 아주 손상된 세포는 사멸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손상된 세포가 사멸되면 새로운 정상 세포가 빨리 자랄 수 있습니다. 
 
페니트리움의 임상 여정은 올해부터 본격 시작됩니다. 첫 번째는 암에서의 가짜내성 현상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는 암 환자의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줄여드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입니다. 암 치료는 고통이 덜한 치료법으로 시작되지만, 치료 효과가 떨어질수록 좀 더 강도가 높은 치료법으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분들은 치료에 대한 물리적 고통도 심하지만,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병세가 악화한 말기암 환자들은 전이에 따른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도 직면하게 됩니다. 세계적으로 연 1000만명의 암 사망자들 가운데 90%가 전이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거세성 전립선 암 환자와 말기 유방암/폐암 환자분을 대상으로 각각 임상을 동시에 시작하려고 합니다. 거세성 전립선암의 경우 초기 호르몬치료제가 더는 듣지 않아 화학 항암요법이 필요한 환자분을 대상으로 합니다. 페니트리움이 가짜내성을 극복하고 호르몬치료법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를 시험합니다.
 
말기암의 경우, 전이도 가짜내성의 일부라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합니다. 전이는 암세포가 주변 미세환경의 도움을 받아 이동·정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페니트리움이 암세포 주변 조직을 정상화해 준다면, 전이도 근본적으로 차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가설이 임상에서 입증된다면,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사카쿠치 교수가 얘기했던 ‘암도 일반 질병과 같아지는 날이 온다’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카구치 교수가 얘기했던 향후 20년보다 훨씬 빠른 시일 내 말입니다. 
 
자가면역증 가운데 가장 환자가 많은 류마티스 관절염 임상도 올해 시작됩니다. 특히 류마티스 해외 임상에는 세계적인 석학인 영국의 존 아이작스 교수가 동참합니다. 
 
페니트리움이 암과 자가면역증에서 성공적으로 임상을 마치고, 퇴행성 뇌 질환에까지 도전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올 수 있기를, 그래서 저도 새로운 난치성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 chow4241@hanmail.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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