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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24일 14:5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서울 가양동 옛 CJ 공장 부지 개발사업이 본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더해 브릿지론 성격의 단기 유동화를 병행하는 입체적인 금융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표면상 자금 조달 주체는 특수목적법인(SPC)이지만, 시행사 재무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금보충과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을 제공한
현대건설(000720)에 대한 신용 의존도가 큰 구조라는 평가다. 이런 금융 설계는 현대건설이 책임준공을 넘어 일부 금융 리스크까지 부담하는 '준자체 사업' 성격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수 조원대 사업비를 감당하는 판에서 가양 PF가 현대건설 재무와 직결된 시험대가 됐다는 의미다.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 현장(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92-1번지 일원) (사진=김소윤 기자)
본 PF 위에 얹힌 단기 유동화…가양 CJ부지의 자금 구조
24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을 위해 만든 회사(SPC)인 노바프라임일차는 지난 20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1750억원 규모의 단기 채권을 발행했다. 투자자들이 이 채권을 사면서 넣어준 돈은, 노바프라임일차가 또 다른 SPC인 더프라임가양제일차에 빌려준 대출금을 담보로 끌어온 자금이다. 더프라임가양제일차는 인창개발에 공사비를 빌려주기 위해 따로 만든 회사로, 노바프라임일차에서 받은 돈을 인창개발에 다시 빌려주는 '중간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쉽게 말해 돈의 흐름은 세 단계로 나뉜다. 제일 위에 있는 노바프라임일차가 가운데 회사인 더프라임가양제일차에 돈을 빌려주고, 더프라임가양제일차는 이 돈을 다시 인창개발에 공사비 대출로 넘긴다. 노바프라임일차 입장에서는 '더프라임가양제일차에 빌려준 대출채권'을 담보로 단기 채권을 찍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는 구조다.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2월20일과 23일에 집행돼 3월20일에 한 번에 갚는 한 달짜리 단기 운용 자금으로, 장기 본 PF 위에 짧은 만기의 유동화 자금이 한 겹 더 얹힌 형태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본 PF 대출과 단기 유동화 자금이 함께 쓰이는 구조를 두고 '다층 PF 구조'라고 부른다.
가양동 CJ부지는 6조원대에 이르는 초대형 개발사업이라 자금 규모부터 남다른 모습이다. 약 3조원에 달하는 본 PF 위에 위험도가 높은 후순위 유동화와 초단기 자금이 동시에 올라가 있고, 각 단계별 자금이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돌아가는 만큼 결합 강도가 높은 사례로 꼽힌다.
앞서 지난 1월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약 1700억원을 조달한 바 있으며, 2월 만기가 돌아오자 기존 대출을 갚는 대신 한도를 1750억원으로 조금 늘려 새로운 단기 채권으로 갈아탔다. 이 자금은 장기간 묶어두는 돈이라기보다, 한 달 단위로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숨 고르기용' 운전자금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한 달 만기의 초단기 채권을 활용하면 장기 자금보다 금리를 낮출 수 있어 금융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본 PF 틀은 그대로 둔 채 공사비 집행 시기에 맞춰 자금을 더 유연하게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본 PF에 유동화를 덧붙이는 방식 자체는 낯설지 않은 조달 구조로 보지만, 가양동 CJ부지는 사업 규모와 시공사 신용보강 범위가 워낙 크다 보니 같은 구조라도 시공사가 개입하는 강도가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돈다는 평가다.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92-1번지 일대에서 추진되는 초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지하 7층~지상 14층, 3개 블록 규모로 연면적 약 76만㎡의 업무·상업·주거 복합시설을 짓는 계획으로, 시행은 인창개발(지분 약 40%), 시공은 현대건설(지분 약 60%)이 맡았다. 인창개발은 사업부지 전매권 등을 우리자산신탁에 맡기는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에는 지식산업센터 중심 개발이었으나, 최근 3개 블록 중 약 83%에 해당하는 지식산업시설을 공동주택(약 1000가구 내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신청하면서, 앞으로 용도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사업의 PF 대출은 먼저 돈을 돌려받는 '선순위'와, 나중에 돌려받는 대신 이자를 더 받는 '후순위'로 나뉜다. 이 가운데 후순위 대출 1조 2000억원(약정 기준)은 혹시 분양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거나 공사가 늦어져 상환 재원이 부족해질 경우를 대비해, 현대건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거나 일정 조건 아래 빚을 대신 떠안기로 한 약정이 붙어 있다. 다시 말해, 가장 위험한 구간에 대해서는 인창개발이 못 갚더라도 현대건설이 뒤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 깔려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현대건설의 신용을 믿고 후순위 자금을 대는 셈이라는 평가다.

준자체 PF 전면에 선 현대건설…공정과 자금 함께 관리
무엇보다 이번 딜에서는 시공사 현대건설의 자금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이 더해지면서 금융 구조 전반에서 시공사의 역할이 확대된 모습이다. 단순 책임준공을 넘어 자금 안정 장치까지 결합된 형태로, 업계에서는 이를 준자체사업 모델의 특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상환 안정성을 높이는 안전장치로도 평가된다. 최근 대형 복합개발 사업에서 시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채 금융 설계까지 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가양동 CJ부지는 이러한 흐름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 사업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이 가양동 CJ부지에서 다층 PF 구조와 폭넓은 신용보강을 택한 배경에는 시행사 인창개발의 재무 여건도 함께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창개발은 가양동 CJ부지를 비롯해 가산동 LG부지, 파주 운정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왔으며, 사업 구조상 PF 차입 비중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자본잠식과 이자 부담 확대 등으로 재무 부담이 부각되면서 시장의 시선도 신중해진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양 PF는 형식상 인창개발과 복수의 SPC가 차주로 서 있지만, 본 PF와 일부 유동화 구간마다 현대건설이 책임준공에 더해 자금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을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금융 안정 장치가 시공사 신용을 중심으로 결합되면서, 가양 PF는 사실상 현대건설의 사업 성과와 직결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가양동 CJ부지가 리스크이자 기회로 동시에 작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수조원대 공사비가 장기간 매출로 반영되는 핵심 현장인 반면, 준공 이전까지는 후순위 보증과 자금보충 약정이 우발채무로 남는다.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실적 개선의 동력이 되지만, 분양이나 공정이 지연될 경우 금융 부담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즉 결국 가양 PF가 흥행에 성공하느냐, 아니면 추가 자금 압박 요인으로 남느냐에 따라 현대건설의 '준자체사업 전략'에 대한 시장 평가도 갈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가양동 CJ부지는 현재 공정·인허가·시장 변수가 맞물린 '진행형 사업'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해당 사업은 2025년 4월 착공에 들어가 1·2블록을 중심으로 기초·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며, 2029년 8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PC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어려운 만큼, 시공사 신용을 보강 장치로 제공했다"라며 "전단채 발행 역시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한 통상적인 단기 자금 운용 방식으로, 본 PF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단기 채권을 발행하면 금리를 보다 유연하게 맞출 수 있고, 분양대금 유입 시점에 맞춰 롤오버(차환)하기도 수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노바프라임일차가 PF 대출을 빌려주는 상대인 차주(더프라임가양제일차) 상환능력에는 제약이 있지만, 현대건설의 자금보충·채무인수 약정이 마련돼 있어 유동화증권의 신용도는 현대건설 신용등급에 사실상 연동된다"고 분석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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