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룽거컴퍼니' 1심 실형에도… 피해자들 "재판 진행조차 몰랐다"
'인지수사' 빈틈…재판절차서 밀린 피해자
범죄는 '조직적'…피해 회복은 '개인의 몫'?
검찰·피고인, 1심 끝나자 '항소'…2심 촉각
2026-02-19 12:00:00 2026-02-19 12:00:00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태국을 기반으로 한 피싱 조직 '룽거컴퍼니' 조직원들이 지난 11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피해자들은 재판 진행 사실조차 몰랐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수사기관에선 해당 사건을 인지수사로 진행했기 때문에 피해자에겐 따로 알리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대형 금융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 절차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오전 범죄단체 가입·활동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룽거컴퍼니 팀장 안모씨에게 징역 14년과 추징금 3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안모씨와 함께 재판을 받은 나머지 조직원 5명에게는 최저 6년에서 11년의 징역형이 내려졌습니다.
 
룽거컴퍼니는 로맨스 스캠과 수사기관 사칭, 노쇼 사기(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돈을 가로챈 뒤 연락을 끊는 수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온 대형 피싱 조직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최소 900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사건 규모와 달리 일부 피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고 주장합니다. 피해자 전산 등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판 일정과 진행 상황을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10월18일 '룽거컴퍼니' 조직원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형 '피싱' 사건서 드러낸 '절차 공백'
 
룽거컴퍼니 피해자 A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건번호를 뒤늦게 확인하고 나서야 재판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피해자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재판 일정 안내조차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들로 구성된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는 재판 일정 통지를 받지 못했거나 사건번호를 뒤늦게 확인했다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다수 피해자들은 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몰랐던 셈입니다.
 
이런 혼선은 경찰이 룽거컴퍼니 사건을 인지사건으로 수사하는 과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인지사건은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 수사기관이 별도로 범죄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개시하는 방식입니다. 피해자 특정과 등록 절차가 상대적으로 늦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자가 수백명에 달해 물리적·실무적 한계로 전산 등록이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해자 등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형사재판 과정에서 보장되는 권리 행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재판 일정 통지와 의견 제출, 배상명령 신청 등의 권리를 갖지만 피해자로 등록이 되지 않으면 관련 안내를 제때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겁니다. 
 
다른 피해자 B씨는 "재판이 언제 열리는지 몰라 관련 정보를 일일이 찾아봐야 했다"며 "범죄 피해를 입은 것도 억울한데 절차에서까지 소외된 느낌이었다"며 "막상 범죄는 조직적이고 치밀하기 이를 데 없는데 정작 피해자 보호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적어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려줬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대표변호사는 "인지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될 경우 피해자가 직접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일수록 피해자 안내 체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작동할 필요가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배상명령신청 각하…"피해보상 막막"
 
이런 가운데 룽거컴퍼니 조직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지면서 피해자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법원이 일당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긴 했으나, 애초 검찰의 구형량에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검찰은 룽거컴퍼니 팀장급에겐 징역 30년, 조직원들에겐 징역 12~2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조직적으로 이뤄져 사회적 해악이 크고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습니다.
 
더구나 일부 피해자들이 신청한 배상명령신청이 재판 과정에서 각하되면서 현실적인 피해 보상이 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배상명령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피해자들은 별도의 민사소송 등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판입니다.
 
피해자 C씨는 "가해자들이 처벌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잃어버린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며 "선고 결과를 듣고도 막막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다른 피해자 D씨도 "피해자들은 각자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대형 사건일수록 피해자 보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습니다.
 
쟁점은 '피해 회복'…재판은 '2심 국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만으로도 차단과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지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출범시켰습니다. 관련 범죄 근절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하지만 형사 절차에선 피해자 보호 기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룽거컴퍼니 사태는 대형 피싱 범죄에서 피해자 보호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있는 제기된 사례로 지목됩니다. 
 
천호성 변호사는 "대형 피싱 범죄가 반복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등록 체계와 재판 통지 시스템, 피해 회복 절차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일부 피고인 측 모두 항소장을 제출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1심 선고 형량이 구형보다 낮게 나온 점 등을, 피고인 측은 1심에서 선고된 징역형이 과도하다며 상급심 판단을 구한 걸로 전해집니다. 이에 따라 룽거컴퍼니 사건은 항소심에서 형량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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