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피' 열렸지만…내수도 수출도 'K자 양극화'
'K자'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산업·지역·세대·계층 격차 확대
뜨거운 수출·차가운 내수…수출도 반도체 독주에 쏠림 심화
2026-01-23 17:09:04 2026-01-23 17:09:0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수출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이제껏 가본 적 없는 코스피 5000선을 돌파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지수만 풍년'인 한국 경제의 민낯이 엿보입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는 역성장하고 연간 성장률도 1%에 그치면서 저성장 우려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내수·수출 모두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극명하게 갈리고, 세대·계층 간 성장 속도·방향도 큰 차이가 나면서 우리 경제가 'K자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6년 만에 돌아온 'K자 경제', '양극화'
 
K자형 경제란 한 나라의 경제가 알파벳 'K'처럼 한쪽은 더 좋아지고, 다른 한쪽은 더 나빠지며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 모두가 같은 속도로 나아가지 못하고, 산업과 계층에 따라 성장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양극화의 심화입니다.
 
K자형 용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전혀 다른 경기 회복 경로를 밟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팬데믹 이후 경기 흐름을 두고 V자형, U자형, L자형 등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현실을 가장 정확히 설명한 것은 'K자형'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K자형 성장'을 언급하며 올해 우리 경제의 화두로 K자형 양극화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를 열고 "지금 한국은 이른바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며 "무엇보다 K자형 성장의 그늘이 미래를 짊어지는 청년 세대에 집중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역성장' 속 식어가는 내수…고용도 '양극화'
 
올해 수출과 자산시장은 뜨겁지만, 내수는 식은 구조가 이어지면서 K자형 성장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내수 부진은 실물경제 지표 곳곳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실제 내수의 한 축인 건설투자는 부진을 넘어 침체의 늪에 빠져 성장의 한 축을 갉아먹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는 3.9% 줄어든 가운데, 연간으로 보면 9.9%나 급감했습니다. 4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0.5%포인트 깎아내렸는데, 한은은 건설투자가 성장에 중립적이었다면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4%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K자형 성장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지난해 고용시장은 연간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보이며 양적 성장세를 보였지만, 30대 '쉬었음' 인구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구직 의사 없이 그냥 쉰 30대는 30만9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고, 청년층(15세∼29세) 쉬었음 인구도 42만8000명으로 202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사상 최고' 수출…반도체 호황에 감춰진 착시
 
반면 수출과 자산시장 등은 K자형의 상단을 차지하며 파죽지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액이 7097억달러에 달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K자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총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급격히 불어나며 전체 수출액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수출 증가액은 261억달러지만, 반도체 증가액은 315억달러에 달합니다. 나머지 산업에서는 수출이 오히려 54억달러나 줄었다는 뜻입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석유화학,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철강, 가전 등 주력 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 탓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구조는 지역경제 악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의 '2024년 지역소득'을 보면 지역내총생산(GRDP)의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집중도는 47.89%로 역대 네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산시장은 코스피 지수가 빠르게 올라왔지만 모든 기업의 체질이 함께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자산시장뿐 아니라 산업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반도체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그 외 산업 부문의 회복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어 구조적 양극화가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경기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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