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코스피가 4950선에서 마감하며 역대 최고 종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장중 5000포인트를 훌쩍 넘으며 한국 자본시장에 새 역사를 썼습니다. 4000포인트를 넘어선 지 3개월 만의 일입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이재명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이 더해지면 6000포인트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쏠림에 대한 우려와 대외 변수로 인한 변동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보다 42.60포인트(0.87%) 오른 4952.53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고 종가로, 이날 지수는 전일보다 77.13포인트(1.57%) 오른 4987.06에 장을 시작해 장 초반 5019.54를 찍으며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이내 상승 폭이 둔화되면서 5000 목전에서 마감했습니다. 개인이 9860억원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995억원, 2420억원 매도했습니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 20일을 제외하고 모든 거래일에 역대 최고 종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특히 그린란드 영유권 분쟁으로 유럽과 미국 증시가 하락했던 21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 5000 돌파를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수 상승 주역, '반도체'…자동차 ↓
코스닥은 전일보다 19.06포인트(2.00%) 오른 970.35에 마감했습니다. 코스닥 역시 전일보다 21.09포인트(2.22%) 상승하면서 강세로 출발했습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810억원, 21억원 매수했으며 기관이 1314억원 매도했습니다. 코스닥 대장주인
알테오젠(196170)이 21일에 이어 1.07% 하락했으며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도 2.33%나 하락했습니다. 이 밖에
에코프로비엠(247540)과 에코프로가 각각 7.62%, 10.42% 크게 올랐고,
삼천당제약(000250)(11.59%),
HLB(028300)(5.78%) 등 바이오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마감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4원 내린 1469.9원에 마감했습니다.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실적 전망 연일 높아져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진 강세장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였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 진입과 함께, 인공지능(AI) 투자 등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키움증권 등에 따르면 연초 이후 코스피 시가총액 상승분의 52%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3개 종목이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8월 만해도 코스피는 3000포인트 부근에서 등락했으나 9월부터 상승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대형주를 움직인 겁니다. 그 결과 코스피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상승률은 17.52%로 국가 대표 지수 400개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뉴질랜드(13.54%), 튀르키예(13.02%), 대만(9.93%)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증시 부양책도 코스피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재명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국정 과제로 삼고, 상법 개정 등 시장 정상화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지난 21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은 "왜곡돼 있던 것이 정상을 찾아가는 중"이라며 그간 저평가되어 있던 한국 증시가 정상화되며 지수가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게 아니라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 주가조작을 엄벌하겠다"면서 주식시장 정상화에 힘을 실었습니다. 지난해 총 두 차례에 걸쳐 상법이 개정되며 자본시장 선진화 작업이 진행됐으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논의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2차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호평
외신도 코스피 5000포인트 돌파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됐다"며 AI 붐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정부의 거버넌스 개선 노력이 이번 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고, 이번 랠리는 한국이 경기 변동에 민감한 수출 주도 시장에서 글로벌 AI 붐 핵심 수혜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활동이 5000피 달성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지, 혹은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들이 내놓은 올해 코스피 밴드 평균 전망치는 3600~5500 입니다. 올해 들어 SK증권과 상상인증권이 코스피밴드 상단을 각각 5250, 5500으로 올려 잡았습니다. 목표 코스피를 기존 4600에서 5650으로 올려 잡은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으로 기업 이익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향후 방향성은 반도체 산업 지속성장 여부"
맥쿼리와 JP 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스피가 6000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맥쿼리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6년 코스피가 강한 이익 성장과 풍부한 유동성, 정부 정책에 힘입어 6000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JP 모건 역시 강세장 시나리오 속에 코스피가 6000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코스피가 5000선에 근접했고, 6000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여부"라면서 "최근 반도체 칩 가격 급등은 수요 폭증에 비해 공급이 제한된 데 따른 영향이 컸으며, 주요 기업들 역시 수익성 관리를 이유로 단기간 내 공격적인 공급 확대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범용 디램(DRAM), 낸드(NAND)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HBM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되고 있어, 디램 등 기존 메모리 가격의 강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반도체 실적과 관세 리스크 등 대외 변수가 상존해,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강세장 흐름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속도 조절을 염두해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기적인 코스피 상승 경로는 유효할 것"이라면서도 "연초 이후 가파른 상송 속도로 인해 기술적으로 과열 부담이 누적되어 있으며 최근 대외 불확실성 확대 속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코스피의 속도 조절은 염두에 두어야 할 구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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