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사태 일파만파…나토-미 '균열'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 미국-나토, 정말 갈라서나
2026-01-20 06:00:00 2026-01-20 06:00:00
지난 17일(현지시간)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덴마크 곳곳에서 'Yankee, Go Home'(양키 고 홈) 주장이 터져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계획에 반대하는 첫 대규모 시위였다. 중동도 남미도 아닌 유럽 자치령에서 반미의 상징인 '양키 고 홈' 구호가 등장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에 항의하며 미국 영사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열린 시위에는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 등 수천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가랑비까지 내리는 강추위 속에 그린란드어로 그린란드를 뜻하는 '칼랄리트 누나트'를 외치면서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전통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그린란드는 이미 위대하다', '양키 고 홈', 'NO는 NO를 뜻한다'고 쓴 피켓을 들고 미국 영사관을 향해 행진했다. <뉴욕타임스>는 누크 집회 상황을 전하는 기사에서 "인구 2만명도 채 안 되는 도시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고 전했다. 
 
수도 코펜하겐을 비롯해 오르후스·올보르·오덴세 등 덴마크 본토에서도 그린란드와 동시에 트럼프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코펜하겐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는 트럼프의 상징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비틀어 '미국 물러가라'(Make America Go Away), '미국을 다시 똑똑하게 만들자'(Make America Smart Again)라고 쓴 야구 모자를 썼고, '미국은 이미 ICE(이민세관단속국)가 너무 많다'라고 쓴 팻말도 등장했다. 이들은 덴마크와 그린란드 국기를 들고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하면서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미국-유럽연합, '무역전쟁'까지 가나
 
이미 그린란드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트럼프에 격분해 있던 이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게 한 트리거는 '관세'였다. 트럼프는 덴마크를 비롯해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트럼프에 맞서 그린란드 주요 시설 방어를 위한 합동군사훈련 '북극의 인내(Arctic Endurance)' 작전에 자국군을 파견한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8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2월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이들이 양보하지 않으면 6월1일부터는 이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 관세는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purchase)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관세는 지난해 무역협정을 통해 확정된 관세(영국 10%, 유럽연합 15%)에 추가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영국과 유럽연합은 다시 관세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수년간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연합 국가들과 다른 나라들에 관세나 기타 어떠한 형태의 보상도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지원해왔다"며 "이제 수 세기가 지난 후, 덴마크가 그 은혜를 갚을 때가 되었다. 세계 평화가 걸려 있다"고 했다. 미국이 오랫동안 동맹국들에 착취를 당해왔으며, 이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때가 되었다는 그 특유의 논리를 다시 펼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덴마크 병사들이 그린란드 누크 항만에 도착해 배에서 짐을 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 8개국은 곧바로 "덴마크 및 그린란드 국민과 전적으로 연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나토 회원국으로서 우리는 북극 안보를 대서양 사이의 공유된 이익으로서 강화하는 데 전념한다"며 "관세 위협은 대서양 간 관계를 약화하고, 위험한 악순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들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은 트럼프에 맞선 '무역전쟁'을 거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 회원국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930억유로(약 159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 패키지 발동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미국·EU 무역 협상 과정에서 마련했다가 보류한 것으로, 이번에 미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2월6일 자로 자동 발효하겠다는 것이다.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 투자, 금융 시장, 공공 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도 거론되고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트럼프의 관세 방침이 미·EU 무역협정에 위배된다며 EU 집행위원회에 ACI 발동을 요구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EU 차원의 ACI를 공식 추진할 계획이라는 보도(영국 <BBC>, 프랑스 <BFMTV>)도 나왔다. 미국과 유럽이 무역전쟁 초입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유럽 일각에선 "역내 미군 기지를 폐쇄할 수 있다"는 반발(<폴리티코>)도 제기됐는데, 미군 유럽사령부는 유럽 전역에 31곳 상설 기지와 19곳 군사시설에 미군 6만7500명 규모다. 독일에선 2026 북중미 월드컵 참가 거부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실제로 그린란드를 군사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는 나토의 해체를 의미한다. 나토의 기둥인 헌장 5조 '집단방위'는 회원국 중 한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 대응하도록 돼 있다. 공격 주체에 대해 나토 회원국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공격하면 다른 회원국들의 집단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는 '회원국 간 전쟁'까지 상정하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이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더욱이 역대 나토 사령관은 창설 이후 현재까지 예외 없이 미국 대장이 맡아왔다. 
 
트럼프 등쌀에 캐나다 총리 9년 만에 방중
 
미국과 함께 북미에 있는 또 다른 나토 회원국 캐나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16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재설정하기로 하고, 무역 장벽 완화 등에 합의했다. 캐나다 총리의 방중은 2017년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카니 총리의 방중을 "트럼프의 관세 부과와 캐나다 주권에 대한 위협 속에서 심각하게 악화된 중국-캐나다 관계를 재정립하고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 세계질서의 기본축인 대서양 동맹이 내부 영토 갈등으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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