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내전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당권파를 제외한 초·재선, 중진 의원 등이 반발하자 장동혁 대표는 15일 '한동훈 제명'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보류했습니다. 제명 명분 축적과 함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재심 신청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 당권파와 정면 승부를 예고했습니다.
"선심 쓰듯 재심 언급 상식 밖"…친한계 '반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윤리위원회의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대해 "재심의 기회를 부여하겠다"며 "재심 기간까지는 윤리위 결정에 대해서 최고위의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장 대표는 "당사자가 윤리위에서 직접 밝히거나 소명해주지 않으면 윤리위 결정은 일방 소명을 듣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한 전 대표가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재심의 신청 시한은 오는 24일입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피징계자가 불복할 경우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재심청구 가능성은 작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재심 신청은) 안 할 걸로 보인다"라며 "당무감사위원회 자료 자체가 굉장히 오염된 것 아닌가. 그럼에도 소명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새벽 1시에 제명을 결의해 놓고 재심을 선심 쓰듯 말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앞서 한 전 대표도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리위는 결론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요식행위"라며 "이미 답을 정해놓은 상태 아니겠나. 재심 신청은 의미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재심을 위해 직접 소명에 나설 경우 당무감사위원회 조사의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친한계 내부에서 분출하고 있습니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당원 게시판 사건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고 결론 내며 그 자료를 윤리위에 넘겼는데요.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이 자료에 담긴 일부 게시글의 작성자를 한 전 대표 가족 이름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제명 처분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제명 성토장 된 '의총'…당권파 "소명 임하라" 압박
국민의힘은 온종일 술렁거렸습니다. 애초 최고위는 이날 한 전 대표 제명을 의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당내 반발로 결정을 보류했는데요.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여러 분들의 의견을 장 대표가 경청했다"며 "최종 결정은 당 대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초·재선 의원들의 집단 반발과 함께 중진 의원들의 잇단 자제 요구에 당대표가 한발 물러선 것입니다. 당내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이성권 의원은 이날 장 대표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의 징계 조치 절차와 방식, 내용, 수위에 있어 국민과 당원의 납득 어려운 점이 있다"며 "당 지도부가 이 점을 심각히 고려해달라는 의미에서 오늘 최고위에서 윤리위 징계 내용을 그대로 의결해서는 안 된다(고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최고위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제명 처분을 놓고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중진들도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덧셈 정치를 하자, 지금 제명해서 (당에) 도움이 되겠나 하는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며 "어떤 글을 쓰든 간에 (당원 게시판은) 익명이 보장된 곳 아닌가. 국민의힘이 자유를 부르짖으며 자유를 억압하는 건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권영진 의원은 의원총회 회의장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통합해야 하는데 한 전 대표를 제명하는 게 맞는 것인가"라며 "'국민의힘이 이제는 화합하고 포용하면서 변화로, 새로운 시대로 나가고 있구나'라는 걸 국민에게 보여달라고 (장 대표에게) 말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당권파는 한 전 대표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전 대표는 성실히 소명에 임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한 전 대표가 똑바로 답변하지 못하고 지금까지처럼 '문자를 못 봤다', '아무튼 조작이다' 말장난만 계속한다면 이후 결과는 오롯이 한 전 대표 책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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