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범죄…피해 입었다면 이렇게
2026-01-14 09:35:10 2026-01-14 09:35:1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을 가정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동반하는 모든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은 매일 대면하는 가족 사이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사생활이 보장되는 주거지 내에서 주로 벌어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실태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가정폭력을 단순한 '집안일'로 치부, 경찰 등 공권력의 개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3년 12월28일 오후 서울 시내 경찰서에 경찰 관계자가 지키미 키트를 시연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가정폭력·성폭력·스토킹 등 범죄피해자들이 비상시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심물품 '지키미(ME)' 1만 세트를 오늘부터 지급한다.(사진=뉴시스)
 
최근 수년에 걸쳐 부인을 폭행하고 협박한 소방공무원 A씨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는 결혼 전인 2020년쯤에도 피해자가 다른 남성의 이름을 검색했다는 이유로 다투던 중 주먹과 발로 온몸을 때려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히고 결혼 후에도 폭행과 협박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부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스님 B씨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B씨와 피해자는 2022년 이혼한 뒤에도 동거 관계를 유지했는데, B씨는 2024년쯤 주거지에서 술에 취해 의자를 들고 위협하거나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가격한 바 있습니다. B씨는 이튿날에도 술에 취해 피해자의 목을 조르거나 식칼을 겨누는 등 폭행과 협박을 계속했습니다. B씨가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39회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면 우선 가정폭력처벌법상 응급조치가 이뤄집니다. 현장 상황과 행위의 정도에 따라 △폭력행위 제지 및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 분리 △현행범인의 체포 등 범죄 수사 △피해자의 동의가 있으면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나 보호시설로 인도 △긴급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는 의료기관으로 인도 △폭력행위 재발 시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 △피해자보호명령 또는 신변 안전조치를 청구할 수 있음을 고지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겁니다.
 
검사는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정폭력행위자를 피해자 등의 주거로부터 퇴거 등 격리 △피해자 등의 주거 및 직장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피해자 등에 대해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고, 행위자가 임시조치를 위반하면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하는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범죄는 그 특성상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기도 합니다. 가정폭력범죄로서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검사나 법원이 사건의 성질·동기 및 결과,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됩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보호처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일반 형사절차에 따라 행위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만약 행위자의 행위가 가정폭력범죄와 그 외의 범죄에 해당하면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하는 사건만 분리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보호사건의 보호처분은 가정폭력 행위자에게 각종 제한과 의무를 부과합니다. 구체적으로 △가정폭력행위자가 피해자 등에게 접근하는 행위 제한 △가정폭력행위자가 피해자 등에게 전기통신을 이용해 접근하는 행위 제한 △가정폭력행위자가 친권자인 경우 피해자에 대한 친권행사 제한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보호관찰법)에 따른 사회봉사·수강명령 △보호관찰법에 따른 보호관찰 △감호위탁시설 또는 보호시설에 감호위탁 △의료기관에 치료위탁 △상담소 등에 상담 위탁 등입니다. 가정 구성원 사이의 범죄라는 점을 고려해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을 교정하고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가정폭력은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가정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하면서 자란 자녀의 경우 우울과 불안 수준이 높고 공격적인 행동이나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회적 능력이나 자아존중감이 낮아지고 등교를 거부하거나 성적이 급격히 저하하는 등 생활의 전반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약한 강도로 서서히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상황이 지속돼 만성화되면 그 후유증이 오래가고 피해자가 회복되기 힘듭니다. 또 그 피해자에 의해 가정폭력이 대물림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폭력은 교육을 통한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교, 사회복지시설,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가 협력해 가정폭력의 실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폭력의 유형 및 대처 방법 등에 대한 세부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피해자가 본인의 피해 사실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약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합니다.
 
또 가정폭력이 외부로 노출되는 첫 단계에서 경찰의 대처도 중요합니다. 경찰이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으로 매뉴얼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고 응급조치를 해야 합니다. 가정폭력으로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무기력감 등으로 인해 초기에 행위자와 격리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가정폭력이 만성화돼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폭력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상 고소가 제한되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까지도 고소가 가능합니다. 가정폭력 피해를 당했다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그 후유증에서 빠르게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가정폭력범죄는 누구나 신고가 가능하므로 신고 의무가 있는 기관이나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의 관심도 필요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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