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소리)가장 작은 포식동물 족제비
2025-12-26 11:03:35 2025-12-26 17:39:53
몸길이에 비해 다리가 짧은 족제비는 발톱이 드러나지 않는 고양잇과 동물과는 달리 항상 노출되어 있다.
 
2026년 3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2026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인 ‘밀로(Milo)’와 ‘티나(Tina)’는 족제비입니다. 눈 속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족제비가 지구촌의 겨울 축제에 적합한 상징 동물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합니다.
 
족제비(Mustela sibirica)는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에 폭넓게 분포하는 동물입니다. 몸길이 17~25cm, 몸무게 360~820g 정도로 매우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외모와는 달리 자신보다 다섯 배나 큰 동물도 사냥하는 날렵하고 포악한 포식자입니다. 육식동물 가운데 가장 작은 축에 속합니다.
 
숲을 낀 습지와 인가 주변에 서식하며 설치류, 조류, 양서류, 물고기 등을 사냥합니다. 민가의 닭장에 침투해 닭들을 해치는 바람에 농가의 경계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쥐를 소탕해주는 1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족제비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지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인적이 드문 천수만이나 곡릉천 일대에서 낮에 간혹 목격되기도 하지만,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실제로 족제비를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낙엽이 지고 풀이 모두 잠드는 겨울철에는 논두렁이나 밭고랑을 따라 재빠르게 내달리는 족제비를 볼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눈이 쌓이면 족제비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이를 따라가면 녀석의 은신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몸길이에 비해 다리가 짧은 족제비는 호기심이 매우 많은 동물입니다. 사람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다가도 어느새 다른 구멍으로 얼굴을 내밀어 숨바꼭질하듯 바라봅니다. 좀 더 먼 곳을 살필 때는 앞다리를 들고 사람처럼 선 자세로 주변을 경계합니다. 흙구덩이나 작은 바위 틈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자신의 얼굴만 통과하면 어떤 곳이든 빠져나가는 유연성 덕분에 들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족제비는 위험에 처하면 스컹크처럼 항문에 있는 항문샘을 통해 고약한 냄새를 분출해 자신을 보호합니다. 황토 초가집 시절에는 쥐가 많았기 때문에 족제비도 농가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왔습니다. 초가지붕이나 황토벽에 구멍을 뚫고 드나들고, 구들장 속에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농촌에서도 족제비를 보았다는 사람이 드뭅니다. 시멘트로 지어진 주택에는 족제비가 들어올 틈이 없고, 먹이였던 쥐도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족제비는 쥐를 잡기 위해 시행된 쥐약 놓기 운동의 또 다른 희생자였습니다. 1970년대 전국적으로 진행된 쥐약 살포로 인해, 쥐를 먹은 족제비들 또한 대거 폐사했습니다. 족제비와 비슷한 쇠족제비는 개체수가 매우 적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주로 북한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립생태원 발표에 따르면 2025년 6월 지리산국립공원에서 8년 만에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쇠족제비는 겨울철 턱부터 가슴까지 털이 흰색으로 변하며, 족제비에게 나타나는 눈 주위의 검은색 마스크 무늬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족제비 새끼들이 충남 서산시 천수만 수풀 속에서 주위를 살피며 나오고 있다. 
 
족제비류는 수컷이 암컷보다 크며, 한 번에 3~7마리의 새끼를 낳아 번식력은 좋은 편이지만 개체수는 쉽게 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족제비의 가죽으로 목도리를 만들고, 꼬리털로 붓을 제작하는 등 사냥이 성행했지만 현재 족제비 사냥은 불법입니다. 그럼에도 개체수가 급감한 이유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변화, 먹이 감소가 주된 원인입니다. 특히 하늘을 날지 못하는 육상동물에게 이동로 단절은 치명적입니다. 거미줄처럼 얽힌 포장도로에서 로드킬로 희생되는 족제비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족제비는 오랜 세월 인간의 거주지 인근에서 공존해왔지만,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습성 때문에 약삭빠르고 교활한 동물로 인식됐고, 어느새 농가를 습격해 가축에 피해를 주는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족제비 한 마리는 1년에 2000마리 이상의 쥐를 잡아먹으며 인간에게 해로운 설치류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장난기 어린 눈망울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뒤돌아보는 천진한 모습은 어떤 애완동물도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입니다. 최근 이러한 외모에 반해 족제비과 동물인 페럿을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특유의 냄새를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족제비는 오랜 세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설치류의 개체수를 조절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귀여운 외모보다는 사냥 시의 민첩함과 집요함, 야행성에서 비롯된 은밀함, 가축을 해친다는 인식, 털색 변화로 인한 둔갑성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살아왔습니다. 2026년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를 계기로 족제비가 인간과 더불어 사는 친근한 이웃으로 인식되어, 이 지구상에서 오래도록 함께 존재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사진=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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