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외환 당국의 개입에도 달러 대비 원화값이 장중 1480원대를 오르내리면서 고환율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003490)의 올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증권가는 대한항공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이 25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대한항공의 수익성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의 항공기들이 주기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6조803억원, 영업이익은 251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7.2% 급감했습니다. 여객 수요 회복과 화물 운임 안정으로 외형 성장이 예상되나 수익성은 환율이라는 외부 변수에 발목을 잡힌 셈입니다.
항공업 특성상 비용 구조는 고환율에 취약합니다.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정비비 등 주요 항목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입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원화 기준 비용 부담은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항공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400억원 규모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같은 고환율 환경에 놓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실적 전망은 더욱 부정적입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4분기 4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 4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96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시아나의 적자폭이 크게 확대된 데는 고환율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수익을 떠받치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면서 화물 수익이 빠진 영향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사업 매각으로 외형은 줄어든 반면 고환율 부담은 그대로 남아 있어 아시아나의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전날 아시아나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와 통합 출범을 앞둔 대한항공이 환율 리스크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동성에 따라 이익이 급감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헤지 전략과 비용 구조 개선 없이는 고환율 국면이 이어질수록 실적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은 고환율로 인해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저하가 반복되는 구조적 부담을 겪고 있다”며 “환헤지를 통해 위험을 일부 줄일 수는 있으나, 비용 구조의 달러 노출이 높은 항공 산업의 특성상 장기 고환율 국면에서는 실적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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