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외치는데 배당은 실종…해약환급금이 발목
11곳 상장 보험사 중 배당 가능 4곳뿐
신계약 늘수록 준비금 증가…흑자에도 배당 제약
장기 보장성 비중 높은 생보사가 더 불리…당국은 신중론
2025-12-24 14:26:37 2025-12-24 15:28:12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연말 결산을 앞두고 상당수 보험사가 올해 배당을 아예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24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배당이 가능한 보험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 DB손해보험(005830), 코리안리(003690) 등 4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상장 보험사 10여곳 중 절반 이상의 보험사들은 순이익을 기록하더라도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되지 않아 배당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배당 여력을 제약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2023년 도입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과 함께 도입된 이 제도는, 시가 평가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부족할 경우 그 차액을 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계약 해지 시 환급금 지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문제는 이 준비금이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산정 과정에서 차감된다는 점입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어날수록 배당 재원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제도 도입 이후 준비금 적립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일부 보험사는 이익잉여금보다 준비금이 더 커져 배당가능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현대해상(001450)한화생명(088350)도 이와 같은 이유로 지난해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습니다. 배당 재개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지만, 당국 차원에서 제도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흑자에도 배당 불가…영업할수록 커지는 부담
 
보험업계에서는 신계약과 보장성 상품 판매가 늘어날수록 해약환급금준비금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장기 보장성 상품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일수록 준비금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영업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더라도 동시에 배당 여력을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순이익이 많아도 해약환급금준비금 때문에 배당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는 배당이 가능한 회사도 시간이 지나면 향후 준비금 적립 추이에 따라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단기간에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장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제도 도입 이후 수십조 원 규모로 불어났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험사들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지난해 기준 38조5000억원였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44조1000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이 속도라면 올해 말 50조원에 육박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일정 수준 이상인 회사에 대해 준비금 적립 비율을 일부 완화했지만, 업계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준비금 규모 자체는 계속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법인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된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준비금이 늘어날수록 과세표준이 줄어들어 법인세 부담이 감소하는 구조입니다. 일부에서는 회계상 이익과 세금, 배당 여력이 괴리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주요 상장 보험사 사옥 이미지. (사진=각 사)
 
업계, 제도 손질 요구 '동상이몽'
 
보험사들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에 대한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신계약에서 발생한 이익잉여금을 적립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급여력비율에 따라 적립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배당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옵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도 입장은 엇갈립니다. 장기 보장성 포트폴리오 비중이 큰 생명보험사들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지만,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준비금 축소가 법인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줄어들 경우 세제상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당국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커진 배경에 보험사의 영업 구조와 사업비 집행 방식도 함께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난 점이 결과적으로 준비금 부담을 키웠다는 겁니다. 제도 조정과 함께 영업 관행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근본 원인을 놔둔 채 준비금 제도만 손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제도 개선에 앞서 영업 구조와 사업비 집행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업계에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 문제가 단순한 회계 이슈를 넘어 보험사의 배당 정책과 자본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회사든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불확실성을 키우지 않는 방향에서 제도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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