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민주당이 22일 판사 추천위원회 구성을 배제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습니다. 위헌 논란이 거듭되자 수정과 재수정을 거친 '누더기 수정안'을 최종안으로 마련한 건데요. 여당 스스로가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정을 거듭하면서, 역설적으로 내란재판부의 위헌 소지를 인정한 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누더기 최종안'…고심 끝 '선회'
민주당이 주도한 내란전담재판부법 수정안은 이날 오전 11시40분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습니다. 앞서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 특례법의 당론 추인 절차가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최종 의결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수차례 수정을 거친 '최종안'에 해당합니다. 내란전담재판부 최종안의 핵심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겁니다. 대신 판사회의에서 재판부 수와 판사 기준, 요건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게 됩니다. 이후 각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사무를 분담한 후 판사회의 의결을 거쳐 법관을 임명합니다. 다만 부칙을 마련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기존 재판부가 계속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윤석열씨의 1심 사건은 현재의 지귀연 재판부가 그대로 심리합니다.
이는 민주당이 추진하던 내란전담재판부의 당초 취지와 상반되는 수정안입니다. 기존의 법안은 법관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일원들로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추천위를 구성하려 했는데요.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이 참여한다는 검토안도 위헌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추천위원회 신설을 기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 활용으로 선회했습니다.
후보추천위를 제거하더라도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비판에는 "어쨌든 내란전담재판부를 복수로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무작위 배당이란 원칙은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이날 무작위 배당을 원칙으로 하는 '12·3 비상계엄 내란·외환 사건 전담재판부' 설치 근거 예규를 행정 예고했습니다. 이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제정 시도와는 별도로,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제도적 기반을 갖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법안명까지 '수정'…"위헌 판단, 과제로"
여당의 최종안을 두고 정치권 내에서는 위헌 소지를 인정한 과정이 '누더기 최종안'으로 나타났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법안은 제기된 위헌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과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향후 쟁점은 특정인을 겨냥했는지가 아니라, 법률 자체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위헌 여부는 결국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민주당이 처음 발의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최종안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법안의 명칭부터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으로 변경됐습니다. 특정 사건에 한정하며 '처분적 법률'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기존안을 수정하며 법안의 적용 범위를 넓힌 셈입니다.
내란전담재판부의 설치 시점도 거듭해서 바뀐 바 있습니다. 1심 재판부부터 적용하려던 법안은 거센 비판과 재판 지연 우려에 2심부터 적용하는 방안으로 수정됐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진행 중인 사건은 제외하는 대신 1·2심에 모두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습니다. 첫 순서로 나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헌법학'(성낙인),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미국의 민주주의'(알렉시스 드 토크빌) 등의 책을 들고 단상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 특별재판부 설치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23일 5분의 3(179석)의 동의를 얻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고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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