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등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제기된 의혹에 관해 '사실 무근'이라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백해룡 경정이 최초 제기했던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대부분은 사실이 맞지 않다는 겁니다.
합수단은 9일 백 경정이 경찰 수사 당시 제기했던 세관 연루 의혹 당사자인 세관 직원 7명에 대해 모두 무혐의로 처분했습니다. 백 경정이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마약수사를 할 당시에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조병노 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 김찬수 전 영등포서장 등 8명도 모두 무혐의를 받았습니다.
백 경정은 수사 결과 발표 당일부터 이튿날인 10일까지 연이틀 동안 언론 공지를 통해 "(합수단이)이 실황 조사 영상 일부분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초기 경찰 수사가 미흡했다'고 결론 내린 합수단 발표를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합수단의 중간수사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세관 연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직접 백 경정을 합수단에 합류시킨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왜 검경 합동 수사단은 의혹을 무혐의로 결론 내린 걸까요. 왜 내부에서 날 선 공방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뉴스토마토>가 사건 초기부터 되짚어봤습니다.
"마약 운반책 허위 진술에서 비롯된 해프닝"
이른바 '세관 마약게이트'로 불리는 의혹은 2023년 1~2월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들이 필로폰 4㎏씩을 몸에 두르는 방식으로 밀반입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라는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백 경정은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검증용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2023년 11월10일과 13일 마약 운반책의 입국과정을 현장 검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약운반책들의 진술과 폐쇄회로TV(CCTV) 영상, 직원 근무 일지 등을 통해 마약 밀반입을 도운 세관 직원들을 특정했습니다.
백 경정은 이후 세관 공무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다가 윤석열정부의 대통령실·검찰·경찰로부터 수사를 막는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도 서울 강서경찰서 지구대장으로 좌천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엔 윤석열·김건희씨 부부가 내란을 획책할 자금을 마련하려고 '마약 수입 사업'을 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휘말렸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12·3 계엄으로 윤씨가 파면되고, 정권이 교체된 뒤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12일 백 경정을 동부지검에 직접 파견토록 지시했습니다. 최초 의혹 제기한 백 경정이 합수단에 합류해 수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한 겁니다. 하지만 내부 갈등은 더 커졌습니다. 백 경정이 합수단을 향해 "불법단체", "수사 의지가 없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입니다.
이에 합수단은 9일 백 경정이 제기한 세관 연루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그간 백 경정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합수단 수사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합수단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 등으로 사건 관계인들의 명예 훼손 등 피해가 상당히 증폭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합수단은 '결국 사실무근', '밀수범 전원이 실토' 등의 표현을 쓰면서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과 통화 내역 등도 상세하게 공개했습니다.
합수단은 수사의 단초가 됐던 말레이시아 밀수범들의 진술이 허위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합수단은 경찰이 2023년 9월 인천공항에서 실황 조사를 할 때 말레이시아인 운반책 A씨가 공범 B씨에게 말레이시아어로 "솔직하게 말하지 마라. 나를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해라",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잖아"라면서 여러 차례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수단은 "경찰이 마약운반책들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인 통역 한 명만 대동해 A씨에게 통역을 시켰다"며 "(백 경정은) 마약운반책들의 이 허위 진술을 믿고 세관 직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합수단은 "이들 마약 운반책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백 경정은 10일 합수단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두번째 입장을 냈습니다. 백 경정은 "(합수단이) 실황조사 현장검증 영상 일부분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현장검증조서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총 89쪽 분량의 현장검증조서 초안에는 2023년 11월10일과 13일 총 2차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서편 입국장에서 마약 밀수 혐의를 받는 피고인 3명을 상대로 현장검증을 한 내용이 대화록 형식으로 담겼습니다.
다만 합수단이 '경찰이 통역인을 데려가지 않아 마약 운반책들 간 허위 진술 종용이 이뤄졌다'고 지적한 9월 22일 첫 실황 조사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백해룡 경정이 9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사건과에 '관세청 산하 인천공항본부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합수단은 세관 연루 및 외압 의혹 수사를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으나, 백 경정은 합수단에 파견된 별도 팀을 이끌고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백 경정은 합수단 발표 직후 관세청·인천공항세관·김해세관·서울본부세관, 인천지검·서울중앙지검·대검 등 6개 기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합수단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내린 상황에서 백 경정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압수수색 영장이 반려·기각될 경우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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