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이 가맹점 피해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를 상대로 특정 물품 판매를 강요하고 과도한 유통 마진을 남겨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알려진 굵직한 사건만 7건에 달합니다. 한 달에 한 번 꼴인 셈입니다. 가맹업계는 그간 외식 가맹업계 구조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던 물품 강매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하남돼지집·버거킹·던킨도너츠…유명 프랜차이즈 줄줄이 도마 위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하남돼지집 가맹 본사인 하남에프앤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80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하남에프앤비가 가맹점주에 필수품목 거래 상대방을 강제하고, 이를 거부한 가맹점에 육류 공급을 끊거나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공정위는 하남에프앤비가 2015~2016년 계약한 가맹점주에게 당시 필수품목으로 지정하지 않았던 △김치 △소면 △소시지 △쌀 △소금 등 22종과 배달용기 4종을 지난 2020년 단순 통보하고, 가맹점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며 육류 등의 공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버거킹 본사인 비케이알은 지난 13일 세척제와 토마토를 사실상 강제 구매하게 하면서도 불이익 가능성을 가맹점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이차돌 본사인 다름플러스는 예상 매출액을 부풀린 신메뉴 재료를 가맹점이 일괄 매입하도록 하고, 반품을 불허해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신메뉴 판매 리스크를 사실상 가맹점주에게 전가한 것입니다.
올해 5월에는 푸라닭과 60계치킨 본사인 아이더스에프앤비와 장스푸드가 식자재 외 품목인 △영수증 인쇄용지 △홍보용 라이트패널 등을 구입 강제한 사실이 드러나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족발야시장을 운영하는 올에프에비도 포장용기류 판매처를 지정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400만원, 던킨도너츠의 비알코리아는 주방 설비와 소모품 등 38개 품목 구입을 강제해 과징금 21억3600만원을 내야 했습니다.
올해 외식가맹점 공정위 제재 타임라인. (이미지= 뉴스토마토)
사건의 핵심은 '운영에 필수적이지 않은 물품 판매를 강요했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본사는 가맹점에 판매하는 물품에 유통 수수료를 붙입니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세척제에 브랜드 스티커를 붙이고, 가맹점는 150원에 넘기는 식입니다. 만약 계약서 필수구매품목에 이 같은 제품이 포함돼 있다면, 가맹점 운영과 전혀 상관없는 물품을 도매가보다 비싼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가맹점주들은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본사만 배불리는 악순환은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중선 가맹점협의회 사무국장은 "가맹점주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직접 관련성이 없거나, 대체 가능한 품목은 자체 조달할 수 있도록 입법해야 한다"며 "그간 대부분 점주들은 본사 지침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최근 필수품목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 승소 분위기에…지난해 공정위 분쟁 2배 증가
가맹점주들을 깨운 사건은 '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입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지난 2020년 한국 피자헛을 상대로 과도한 유통 마진, 즉 차액가맹금을 받아왔다며 이를 반환하라는 취지의 소장을 냈습니다.
결과는 협회 측 승소였습니다. 1심과 2심은 "피자헛의 가맹계약서 및 정보공개서에 명시하거나 명시적 합의 없는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가맹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왔고, 현재 대법원 판단만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법원도 원고의 손을 들어줄 경우 피자헛은 가맹점주에 약 210억원을 배상해야 합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점주들의 관련 소송 사례도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 417명은 올해 1월 비알코리아를 상대로 4억원대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 가맹점주 330명은 지난해 12월 같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가맹사업 관련 분쟁 조정, 특히 가맹본부의 부당 이익 반환 분쟁 조정 건수도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맹사업법 분쟁 조정 건수는 전년(248건)보다 35% 늘어난 335건, 가맹본부 부당이익(차액가맹금 등) 반환 조정은 143건으로 전년(71건) 대비 101% 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법 관련 분쟁 추이. (이미지= 뉴스토마토)
공정위 역시 구입강제품목에 대해 가맹사업에 필수적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최소한으로 지정하라고 권고하는 한편, 지난해 7월에는 '필수품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가맹본부를 향한 시그널을 분명히 했습니다. 최근 공정위의 행보 역시 이를 방증합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가맹업 수입에서 유통 마진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손성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 실장은 "지난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사실상 이를 적용한 본사는 거의 없다"며 "기존 가맹 계약에 소급 적용이 어려운 상황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유통 마진에 치우친 가맹업 구조를 하루 빨리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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