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호흡으로 폐암 조기 발견 가능성 열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센서 시스템과 AI를 이용한 획기적인 폐암 진단 시스템 개발
폐암 조기발견으로 치료와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
2025-02-14 09:50:40 2025-02-14 09:50:40
날숨을 통한 폐암 진단 시스템을 설명하는 ETRI 이대식 박사(사진=ETRI)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8만5271명입니다. 이 중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8646명으로 전체 암 사망자의 21.9%를 차지했습니다. 암 사망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폐암으로 죽습니다. 폐암은 암 가운데 사망률 1위의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폐 자체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암이 커지더라도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고 암이 상당히 진행돼 기관지, 흉막, 주변 조직으로 침범해야 비로소 증상을 자각합니다. 게다가 자각 증상이 나타나도 감기나 기관지염 같은 일반 호흡기질환과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사용하는 흉부 엑스레이로는 폐의 작은 종양이나 초기 병변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내쉬는 날숨을 이용해 폐암을 빠르고 간단하게 진단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날숨에는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수증기, 아르곤 등, 들숨 때 들이마신 대기 중의 성분과 미량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폐암에 걸린 사람들의 날숨에는 알데히드, 케톤, 방향족 탄화수소 등 특정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가 건강한 사람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날숨을 통해 폐 속 암세포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감지하는 센서 시스템과 이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AI 딥러닝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ETRI가 개발한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은 데스크탑 컴퓨터 크기에 탑재된 센서와 AI 알고리즘으로 사람의 호흡을 분석해 폐암 여부를 진단합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우선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봉투에 포집합니다. 이것을 탄소에 흡착시켜 날숨에 포함되어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넣고 구동한 뒤, 센서를 통해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AI 딥러닝 알고리즘이 분석해 폐암 여부를 판별합니다.
 
ETRI 연구진이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 연구팀과 10여년 동안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폐암 환자 107명과 정상인 74명의 날숨을 포집해 표준 가스 센서를 통해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딥러닝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해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95% 이상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폐암 조기발견 시스템의 임상적 유효성을 통해 폐암 환자 선별검사 및 조기진단의 보완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ETRI가 기존에 개발한 ‘전자코’ 기술의 기존 폐암 진단 정확도는 약 75%로 임상적 유효성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는 진단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AI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날숨을 포집한 뒤 20분 안에 폐암 환자를 95% 이상의 정확도로 선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울러 시스템의 제작이 용이하고 저렴할 뿐만 아니라 기존 의료 장비(저선량 폐 CT검사) 대비 정확도가 높아 검진자들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습니다. 조작의 편의성도 뛰어나 폐암 환자의 수술 및 치료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추가로 1000케이스 이상의 대규모 폐암 환자 임상시험을 통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시스템의 재현성과 신뢰성을 더 높여 상용화한다는 계획입니다.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는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환자의 조기선별검사를 통한 치료와 생존율을 높이고 관련 의료기기 시장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건강보험료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도 “ETRI와 연구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편리하게 폐암 검사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임상시험 확대로 시스템을 더 개선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ETRI의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디렉트(ScienceDirect)에서 발행하는 웹 기반 학술지 센서 & 액추에이터 B에 개재됐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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