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건설업계가 공사비 상승과 대출규제, 미분양 속출 등 3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건설업계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장기화하는 주택 경기 침체에 주택건설업 신규등록 업체는 1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지난해 기준 종합 건설사 폐업 건수는 19년 만에 최대로 나타났습니다.
연초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올 상반기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줄도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이 재점화하고 있는데요. 업계와 전문가들은 연쇄 부도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업계 위기를 가속화하는 미분양 주택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전향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해 건설 폐업 신고 건수 641건…2005년 이후 최대
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종합 건설 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는 2021년 305건에서 △2022년 362건 △2023년 581건 △2024년 641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종합 건설 업체 폐업 건수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5년 629건 이후 19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비교적 건설·부동산 경기가 좋았다고 평가받는 2021년과 2022년에는 폐업 건수가 300건대에 머물렀는데, 건설 경기 악화에 그 수치가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올해는 이 수치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58곳의 종합건설업체가 폐업을 신고했는데요. 전문공사업체까지 합치면 총 330여건으로 늘어납니다. 단순 계산으로 1월 한 달 하루 평균 10여개 업체가 문을 닫은 셈입니다.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없어 주택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하는 업체도 늘고 있습니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진 반납 업체수는 795곳을 기록했는데요. 10년간의 평균값인 606곳보다 200곳 가까이 많습니다.
신규 등록 건수는 14년만 최저…건설 위기 가시화
반면 신규 등록 업체 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기록 중입니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421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연간 신규등록 업체 수 기준으로 2009년(363곳) 이후 15년만에 최저치입니다. 주택건설업 신규등록 업체는 호황기인 2021년 2191곳에 달했는데, 2022년 1086곳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후 2023년에는 429곳까지 하락했습니다.
건설업계 위기는 연초 신동아건설 등의 법정 관리 신청 이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58위를 기록했던 신동아건설은 지난달 6일 서울회생법원 제3부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이어 경남 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2024년 시평 103위)도 지난달 17일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이들은 마곡지구 등 각종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경기 악화로 미수금 등이 발생하면서 만기도래 어음 등을 막지 못해 회생관리를 신청했습니다.
건설업계는 이 미수금 증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의 '2025년 건설산업부문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신용등급 A이상의 주요 건설사 10곳 중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이 30% 이상인 건설사가 7곳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매출채권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지방을 중심으로 한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 물량 급증에 따른 공사비대금 회수 지연이 늘면서 손실 위험도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가 좋았던 2~3년 전 사업을 확장했던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본격적인 건설경기 침체가 시작된 2023년 경부터 자금 압박을 받아왔다"며 "준공 기간 등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건설사들의 이 같은 자금·경영 위기는 상반기까지 지속될 우려가 있다. 다만 우려만큼 줄도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업, 미분양 증가에 '시름'…취득세 전면 감면 등 전폭적 지원 요구 늘어
이 같은 건설업계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업계는 관련 세제 혜택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9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의 제11차 부동산 시장·공급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올해부터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면 양도세와 종부세 산정 시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단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로 취득가액 6억원 이하하며, 전용 85㎡ 이하·취득가액 3억원 이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2년 이상 임대로 활용할 경우 주택 건설 사업자의 원시 취득세도 최대 절반을 감면받는 등 다소 조건이 달라지는데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전문가들은 건설업 불황 해결을 위해 정부가 미분양 관련 세제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중소형 건설사 위주로 현금 유동성 등이 위험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기에 정국 불안 여파까지 겹치며 위험 변수는 더 늘어난 상황"이라며 "정부가 건설사들 현금 유동성 제고를 위해 악성 미분양의 경우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전면적 감면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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