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인수 쟁점 '고용승계'…고민 커진 우리금융·메리츠
국정감사서 피인수사 '고용 불안' 도마 위
2024-10-14 13:39:02 2024-10-15 08:04:14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피인수기업의 고용 승계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인수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메리츠화재(000060)는 각각 동양생명·ABL생명과 MG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고용 보장 등을 통해 화학적 결합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보험사 첫 편입 우리금융 '긍정적'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동양생명(082640)·ABL생명 패키지와 MG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사실상 최종 인수자로 확정되는 분위기지만 고용승계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를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당국 인허가를 받더라도 이후 고용승계는 물론 화학적 결합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0일 열린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파벌 싸움'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 바 있습니다. 과거 여러 은행의 인수합병을 통해 탄생했기 때문에 은행 출신별 줄서기가 난무하고, 이에 따라 전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 불거졌다는 논리입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동자 고용승계나 사기 진작 등 화합적 결합을 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계파적인 문화의 잔존을 인정하며 고용승계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간 많은 인수합병을 해왔지만, 고용승계로 인한 잡음이 없는 편"이라며 "특히 최근 논란이 많은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 건과 달리 우리금융은 기존 보험 계열사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이후 본격적인 인수절차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국감 증인으로 참석해 답변하고 있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뉴시스)
 
MG손보 노조 총파업 '맞불'
 
MG손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경우 고용승계 변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인수전 막판에 메리츠화재가 인수 후보로 등판하면서 MG손보 내부에서는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여러 차례 MG손보의 매각 시도가 불발되자 예금보험공사는 주식매각방식(M&A) 외에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선택지로 남겼습니다. P&A는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전부 인수하는 M&A 방식과 달리 인수자가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습니다.
 
부실 자산이나 후순위채 등을 모두 떼어낸 뒤 우량자산만을 사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고용승계 의무도 없기 때문에 고위 임원 등 간부급 직원들은 불필요 인력으로 분류돼 승계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금융권에서는 메리츠화재와 함께 인수전에 뛰어든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가 인수자금을 끌어올 여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P&A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이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가능합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P&A 방식이기 때문에 부실자산과 부실계약, 고용승계 의무가 없고 건전 자산만 인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메리츠화재의) 기회이익이 1조원이 넘는다"며 "더군다나 인수자에게 부족한 순자산, 대략 5000억원의 자금을 정부가 선지원하는데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고용승계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끝나야 조율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결정된 사항이 없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데일리파트너스도 P&A 방식으로 진행할텐데 메리츠화재만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인수합병 방식에 따른 갈등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MG손보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2시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메리츠화재가 인수 대상자가 될 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는 P&A 방식으로 MG손보의 우량자산 인수, 예금보험기금 자금지원만을 목적으로 한다"며 "만약 인수될 경우 6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협에 놓인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MG손보 노조는 14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메리츠화재가 수의계약 당사자로 선정될 경우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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