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국내 현실이 증권업계에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고령층 맞춤형 상품 개발과 퇴직연금 시장 확대로 자본시장엔 기회 요소가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증권업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
자본시장연구원은 11일 '인구 고령화와 자본시장'을 주제로 개원 27주년 컨퍼런스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개최했습니다. 부동산과 예금 등에 편중된 한국 고령가구의 자산을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자산으로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제언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높습니다. 30대부터 자산 비중 절반 이상이 부동산입니다. 특히 6070세대 고령가구에선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속하며, 이는 지난 15년간 일정하게 유지된 추세입니다.
높은 부동산 의존도는 자산 구성이 균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수반하는데요. 특히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자산에 편중돼 축적된 노후 자산이 생산적 자본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가구가 평균적으로 자산의 84%를 부동산, 9.4%를 은행 예금으로 보유한 반면 금융투자자산은 전체 자산의 1% 미만의 비중만을 차지한다"면서 "인구 고령화는 자본시장으로 자금 유입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1일 개원 27주년을 기념해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인구 고령화와 자본시장'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김민기 연구위원이 발표하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금융상품 맞춤형 개발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을 제외한 금융자산 역시 지나치게 예금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고령층, 특히 75세 이상 고령자의 금융자산 중 94%가 예금에 집중돼 있으며 금융투자자산 비율은 4.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본과 미국의 75세 이상 인구가 각각 총자산의 16%, 72%를 금융투자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황 연구위원은 "근로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이 자본시장을 활용해 자산을 운용하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령층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신탁상품 제공,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그리고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금융 상품 개발과 자산 관리 서비스를 통해 증권업계에는 고령화 추세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본시장연구원은 고령층의 금융자산이 지나치게 예금에 편중돼 있어, 신탁을 활용한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고령층의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금융투자 시장의 참여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청년·중년 세대의 퇴직자산 축적 유도를 위한 증권업계에 유리한 정책적 과제도 언급됐습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연금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촉진을 위한 세제혜택 등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퇴직자산계좌의 운용 효율화를 위해 장기 위험자본의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책적 제도를 통해 고령층이 보다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도 "금융산업도 고령화 이슈에 대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고령화 문제를 고려해 신탁업과 연금 분야의 개혁을 추진 중"이라며 "고령화가 금융투자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상품과 서비스 혁신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축적된 노후 자산이 생산적 자본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투업계는 민간 차원에서 자본시장 밸류업을 지원하는 한편 장기 투자가 가능한 안정적인 연금 상품을 출시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금융 상품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주택연금 활성화·중소기업 M&A 지원 강화 필요
다양한 신탁상품을 제공함과 동시에 주택연금 활성화와 중소기업 M&A(인수합병)를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연금과 관련해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를 위해 주택연금 가입을 확대하고, 주택연금 채권을 증권화해 연금 지급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자본시장이 협력해 연금 수급권의 안정적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M&A 활성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노 연구위원은 "고령 경영진의 은퇴 이후 기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 M&A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일본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일본은 경영진 은퇴 후 기업 승계를 위한 정책을 통해 임직원에 의한 승계와 제3자 M&A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한국 중소기업에서도 적용 가능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자본시장연구원 11일 세미나 패널토론에는 곽노선 서강대학교 경제대학 교수, 김영식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헌복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 정선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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