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국내 기업의 배당절차 개선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금융당국이 배당절차 개선을 권고했지만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배당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오는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내용이 다뤄질 전망입니다.
'불투명 배당' 개선 기업 10곳 중 3곳 불과
29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정관 개정을 통해 배당절차를 개선한 곳은 1011개사(전체 대비 42.5%)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실제 배당절차 개선을 이행한 기업은 109개사로 집계됐습니다. 결산배당을 실시한 기업(322개사)중에서 33.9%만 배당절차 개선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됩니다.
앞서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상법' 유권해석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선 배당액 확정, 후 배당기준일 설정'을 위한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배당절차의 개선을 통해 향후 배당주 투자 활성화 및 배당성향 제고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입이 증대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개선방안은 기존 결산배당이 이른바 '깜깜이 배당'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마련됐습니다. 기존 결산배당은 배당기준일 확정 후 배당액을 확정하는 관행으로 진행됐는데요. 매 결산기 말일을 의결권·배당기준일로 설정해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한 후 결산이사회를 통해 배당 여부 및 배당규모를 결의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액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는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이 낮고 배당수준 및 장기 배당투자 유인에도 부정적이라는 비판이 줄곧 나왔습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합리적 배당 의사결정을 위한 제도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배당은 주주의 중요한 권리로, 주주는 회사의 이익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을 뿐 아니라 회사의 배당 규모를 보고 계속 투자할 것인지 또는 시장에 주식을 매도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2023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 30%와 코스닥시장 상장회사 63%의 주주들이 회사에 대해 배당을 요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배당하지 않는 이유조차 알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최근 주주환원 확대 관련 투자자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여부와 수준의 증가 외에도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고 측면에서 배당절차 개선 및 중장기적 배당정책 수립·공시의 실질적인 이행 현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배당절차 개선이 여전히 미흡한 가운데, ‘깜깜이 배당’ 문제를 해소한 기업은 10곳 중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챗GPT)
"관련 법 및 추가 법 개정 필요해"
문제는 금융위의 배당절차 개선방안이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법무부의 상법상 배당기준일 관련 유권해석 및 '상장회사 표준정관 개정을 통해 결산배당 시 주주총회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제 배당절차 개선 이행을 위해서는 표준정관의 개정내용을 참고해 2023년 정기주총부터 배당기준일 지정과 관련한 내용을 반영하는 정관변경이 요구됩니다.
아울러 분기배당의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에서 '선 배당기준일, 후 배당액 확정’으로 규정하고 있어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결산배당과 동일한 방향으로, 3·6·9월말일을 배당기준일로 정한 내용을 삭제해 이사회 결의일 이후로 배당기준일 설정이 가능하도록 분기배당 절차 개선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배당 절차 개선은 국내 상장기업에 대한 저평가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배당금액을 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기업이 배당절차를 개선하면, 해외 투자자 유입 및 장기 배당투자가 활성화돼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배당액 확정 후 배당받을 주주(배당기준일)를 정하고, 영국은 배당기준일 전 배당예상액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배당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문가는 배당 시기에 따른 규정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황현영 연구위원은 "상법상의 결산배당, 중간배당, 자본시장법상의 분기배당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되, 배당시기를 유연화하는 동시에 규정을 정합성 있게 정비해야한다"며 "재무제표를 감사에게 제출할 때 배당 관련 내용은 별도로 공시하도록 하고 주주총회 2주 전까지 감사보고서와 외부감사인의 의견이 제출되도록 하는 관련 법을 개정해야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3월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주주들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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