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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나섰지만…의사들 격분만 커졌다
대통령과 면담한 박단 위원장에 '융단폭탄', 전공의에 의협마저 등돌려
"기존 방침 유효" 정부도 다시 강경…보건노조 "총선 앞둔 득표용 이벤트"
2024-04-05 17:15:44 2024-04-05 17:35:28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의정 갈등의 축인 전공의 대표를 만났지만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사들의 강경 입장만 재확인되었습니다. 
 
대통령-전공의 만났지만…다시 원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짤막한 글을 남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140분 동안 윤 대통령은 박 위원장의 말을 대체로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윤 대통령이 2시간이 넘는 대화를 모두 수포로 돌리는 질문을 한 것"을 이와 같은 "포스팅을 올린 배경이라는 후문"이라고 했습니다. 
 
정부의 기류 변화도 읽힙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5일 브리핑에서 "특별한 변경 사유가 있기 전까지 기존 방침은 유효하다"며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만남 직후 김수경 대변인 명의로 서면 브리핑을 내고 "대통령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다"면서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지난달 9일 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긴급총회가 열린 서울 모처에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의 회동 후 퇴장하던 중 취재진을 발견하자 급하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공의 격화, '탄핵' 요구까지…의협도 강경입장 고수 
 
두 사람의 만남을 전후해 오히려 의사들 내부에서는 강경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습니다. 먼저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대화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난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는 탄핵 성명서로까지 비화됐습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젊은 의사(전공의·의대생)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비대위 12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며 “그간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모두를 겪으며 공통점을 찾았다. 바로 ‘불통’”이라고 격분했습니다.
 
전공의들에 이어 의협도 강경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자는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이 만난 다음날인 5일 오전 자신의 SNS에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보다 앞서 전날에는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적었습니다. 두 게시들 모두 박 비대위원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입니다. 임 당선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그 사람하고 더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의협은 문제가 되는 브리핑을 주도하고 있는 박민수 차관의 파면을 비롯해 의대 증원 2000명 백지화 등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의 전면 중단을 요구 중입니다. 특히 임 당선자는 윤 대통령에게 의료개혁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려다 경호처 직원들에게 끌려나온, 이른바 '입틀막' 의사로 의료계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됩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사태 해결을 기대했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대통령의 지도력을 기대했지만 어떤 해법이나 제시도 없었고, 강 대 강 대치를 끝낼 국면 전환용 카드도 없었다”며 “총선을 앞두고 대화의 모양새만 취했다면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 득표용 이벤트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지난 4일 대통령과의 만남 직후 SNS에 올린 골. (사진=페이스북)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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