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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압박에도…또 치솟은 '물가'
범정부 노력에도 '3%대' 요지부동
사과 88.2% '폭등'…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14개월만에 상승 전환한 국제유가도 물가인상 견인
하반기 2%대 공언하지만…에너지 등 통제 어려워
2024-04-02 16:43:19 2024-04-02 19:39:10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범정부 차원에서 각종 할인 지원과 업계에 대한 가격인하 압박 등 물가 잡기에 나섰음에도 두 달 연속 3%대 고물가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폭등한 과일·채소 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1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과와 배가 80% 이상 폭등하는 등 '금사과' 현상은 여전했습니다. 기름값도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물가 불안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정부는 ‘3월을 정점으로 하반기 안정세’를 예측하고 있지만, 농축수산물 외에도 총선 후 전기요금 인상 압박, 재정 조기 집행 등에 따라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사과' 여전, 과일·채소 11.7% 급등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올랐습니다. 두 달 연속 3%대 고물가를 유지했습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추린 생활물가지수는 116.59(2020=100)로 전년 동월보다 3.8% 상승했습니다. 이중 식품은 5.2%로 크게 올랐습니다. 식품 이외는 2.9%,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3.2%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계절적 요인과 일시적 충격(식료품, 에너지 물가 등)에 의한 변동분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하는 등 전월(2.5%)보다 소폭 하락했습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인 과일·채소 가격의 강세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과일·채소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7% 크게 올랐습니다. 이중 과일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신선과실 지수는 169.87(2020=100)로 전년보다 40.9% 급등하는 등 물가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사과는 88.2% 치솟아 1980년 1월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배 역시 197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87.8% 가격이 크게 뛰었습니다.
 
국제유가 상승 전환, 대중교통 요금도 급등 
 
기름값도 물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분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되는데,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2% 올랐습니다. 2023년 2월(-1.7%)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보인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1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습니다. 휘발유의 경우 3.0% 뛰었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올 1월까지 1569원으로 1500원대를 보이다, 2월 1615원, 3월 1639원으로 점차 오름세를 기록했습니다.
 
식료품·비주류음료(6.7%), 음식·숙박(3.4%), 주택·수도·전기·연료(1.8%), 보건(1.9%) 등의 지출 품목들도 모두 올랐습니다. 공공서비스는 2.0% 상승했습니다. 특히 시내버스료(11.7%), 택시료(13.0%) 등 대중교통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정부의 전방위 노력에도 고물가가 유지되자,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정부가 1500억원을 투입해 농산물 할인 지원과 납품단가 지원을 시행했는데, 3월18일부터 실시했다"며 "(3월) 하순으로 갈수록 농산물 가격은 깎이는 추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3월이 되면 기상 여건이 나아지며 농산물 생산이 증가하는데, 올해 이상기후로 비가 많이 오고 일조시간이 적어 생산량이 적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오는 4월 농축산물 정부 할인 지원율을 20%에서 30%로 상향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4월 안으로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등을 포함한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도 발표할 계획입니다. 유통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하는 등 물가를 다독일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 "하반기 안정화"…상방 압력은 '여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통해 "3월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기상여건 악화 등 공급 측 요인이 겹치며 물가 상승 확대 우려가 있었으나 경제 주체들의 동참과 정책 노력에 힘입어 물가 상승의 고삐는 조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4월부터는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추가 특이 요인이 없는 한 3월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며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하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외에도 '물가 상방 압력' 변수는 여전합니다. 정부는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름값 불안에 따른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2분기(4~6월분)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을 동결한 만큼, 총선 이후인 하반기 인상 검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15조7000억원에 달해 가스요금 인상 압박도 거세질 전망입니다.
 
더욱이 정부가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을 강조하고 있어 물가 상방 압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 집값과 임대료, 인건비 등이 일제히 상승한 부분도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사과·배 등은 계절성 과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 접어들수록 참외, 수박, 복숭아 등이 나오고 수요가 떨어져 과일값이 잡히고 물가 상승률은 차츰 안정될 것"이라며 "에너지, 농산물 가격 상승 요인이 있었는데 이는 정부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코로나19 이후 임대료, 인건비, 비룟값 등이 이미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외식·식료품과 같은 장바구니 체감 가격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규하 경제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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