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인하' 압박…식품업계 실적행진 '제동'
물가 불안에도 식품 업계 실적 잔치
윤 대통령까지 엄포…연일 가격인하 압박 수위 높여
난색 표하는 업계…"인하하지 않으면 공분 커질 것"
2024-03-21 15:40:51 2024-03-21 17:16:53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정부가 식품업계에 대해 연일 가격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먹거리를 토대로 한 물가 불안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식품사들 상당수가 호실적을 기록하자 공개적인 경고에 나선 것인데요. 식품 업체들은 인건비, 부수적 원재료비 인상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물가에 실적 잔치를 벌이는 이들 기업을 곱게 바라보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와 소비자들의 전반적 시각입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1년 전 대비 3.1% 올랐습니다. 지난해 3.2%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만 해도 2.8%까지 떨어진 바 있는데요. 지난달 한 달 만에 3%대로 올라선 것입니다.
 
이 같은 물가 상승폭 확대는 먹거리 물가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탓이 큽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외식 부문을 구성하는 세부 품목 39개 중 전년 동기 대비 물가가 떨어진 품목은 없었습니다. 또 이 중 69.2%인 27개는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 3.1%보다 높았습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압박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식품 기업들은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4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이익을 냈습니다. 또 농심은 2121억원, 삼양식품 1468억원, 빙그레 1122억원, 풀무원 620억원 등 역시 사상 최대 영업익을 달성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주요 식품 기업들 오너의 급여도 크게 늘었습니다. 21일 기준 식품업계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사람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지난해 롯데웰푸드에서 24억4300만원, 롯데칠성음료에서 30억9300만원 등 총 55억3600만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전년 대비 롯데웰푸드는 1.1%, 롯데칠성음료는 147.4% 늘어난 액수입니다.
 
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지난해 오리온홀딩스에서 15억7500만원, 오리온에서 30억5600만원 등 총 46억3100만원을 수령하며 신동빈 회장 뒤를 이었는데요. 이는 전년보다 9.7%가량 증가한 금액입니다.
 
이처럼 고물가 기조에도 식품 업계의 실적 잔치와 오너 급여 인상이 이어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곱지 못합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주요 식품 기업들이 하락한 원재료 가격을 즉시 출고가, 소비자가에 반영해야 한다"며 "기업이 한 번 올린 소비자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짧은 기간 유례 없이 올린 식품 가격을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도 식품 업계를 겨냥하며 연일 가격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이달 13일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9개 식품 기업과의 간담회를 통해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 하락에도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가 지속되고 있다 지적했습니다. 또 이달 18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과도한 가격 인상 등으로 폭리를 취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며 사실상 업계에 엄포까지 놨는데요.
 
CJ제일제당은 내달 1일부터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하 대상은 중력밀가루 1㎏, 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총 3종이며 평균 인하율은 6.6% 수준입니다. CJ제일제당이 가장 먼저 가격 인하 스타트를 끊으면서 다른 식품 기업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졌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각 사마다 인건비, 다른 원재료 인상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인하가 쉽지 않은데, 여론에 밀려 다시금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타사 동향을 살펴보고 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한 경영학과 교수는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데 식품 업계의 호실적 지속은, 그만큼 이들 기업의 영리 추구가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며 "게다가 실적 및 오너 연봉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을 인하할 여력도 있다는 의미다. 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 공분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제과 코너 앞을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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