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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냐 배제냐'…민주, '조국의 강' 딜레마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지지율 20% 상회…민주 위성정당 바짝 뒤쫓아
2024-03-07 17:53:29 2024-03-07 18:17:4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민주당이 또다시 '조국의 강' 앞에 섰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이면서 '연대에 거리를 두겠다'는 당초의 입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제외한 범야권과 여당에서는 "민주당이 '조국의 강'에 다이빙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서 '한 배'를 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몇 개의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조국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인데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만으로도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쌍방탄'으로까지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조국혁신당 돌풍
 
민주당이 '조국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은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 기인합니다. 
 
지난 5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12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 투표는 어느 정당에 하겠는지' 묻는 질문에 21%가 '조국 신당'을 꼽았습니다. 거대 양당을 제외한 제3지대 정당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의 격차도 4.5%포인트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4주차 조사(9.4%) 대비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40대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세가 특히 높았는데요. 40대 응답자의 36.6%가 비례대표 정당으로 조국혁신당을 선택하며 전체 정당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밖의 연령대에서도 조국혁신당은 두 자릿수의 지지율을 확보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약진은 '공천 파동'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흡수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조사 결과를 지역구와 비교해 보면,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들 중 49.3%가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선택했습니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중도층에서도 조국혁신당은 25.1%의 지지를 확보, 민주당의 위성정당(25.4%)과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②쌍방탄 딜레마
 
이렇다보니 민주당으로서는 조국 대표를 무조건 외면하기에는 아쉬운 입장이 됐습니다. 지난달 민주당이 주도하는 아권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추진하면서도 "조국신당은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지만, 한 달 도 채 되지 않아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손을 맞잡았습니다. 
 
문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모두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대표는 현재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의혹, 위증교사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최근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위조해 딸 조민 양의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한 혐의 △지난 2017년 최강욱 변호사가 준 허위 인턴 확인서를 아들의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내고 △2018년에 이를 다시 위조해 아들의 충북대 로스쿨 입시에 제출했다는 혐의 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모두 유죄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조 대표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습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이 대표와 조 대표의 연대를 두고 '쌍방탄'이라고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두 대표가 손을 맞잡은 것은 단순히 선거연대를 넘은 방탄동맹"이라고 맹폭했습니다.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으로 적을 옮긴 이상민 의원도 "한국사회에 있어서 가장 극명하게 부조리한 모습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것"이라고 혹평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조국혁신당과의 연대 정당성을 찾기 바쁩니다. 민주당 전략공관위원이기도 한 김성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이미 조국의 강은 건넜다"며 "지금은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을 건너야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앞서 이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던 것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과였다"고 일축했습니다. 지금은 유죄 판결이 났지만 '탈탈 털어서 증거를 확인한' 과도한 판결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는 취지입니다. 
 
③색깔론 공세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뿐 아니라 진보당과의 연합에서도 정체성을 증명해야 할 위치에 놓였습니다. 새진보연합, 진보당과 구성한 비례연합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소수정당 몫으로 각각 3석을 내주기로 했는데 진보당이 종북위헌정당 판결을 받았던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란 점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앞서 진보당은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장진숙 공동대표,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손솔 수석대변인 등 3인을 제시했습니다. 이 중 장 공동대표는 200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이 살기 위해 통합진보당 후신 등 종북 세력에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 정당으로 내주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통진당의 후신 간첩 전력자들이 올해 이재명 대표의 신원보증을 받아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 대표와 경기동부연합을 둘러싼 색깔론 공세가 거세질 경우 민주당으로 기울었던 중도층 일부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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