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중기 지원했는데…'피터팬 증후군', R&D·자발성 관건
수십년 중기 지원, '여전히 99%'
"지원 연장은 정체만 낳아"
"무조건적 정부 지원은 보호 아닌 '낙인'"
"자발적 역량…R&D 강화해야"
2024-03-04 06:00:00 2024-03-04 06:00:00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한국 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 사다리 역할'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중소기업의 '규모화'를 위한 단계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나 단순한 지원책 마련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십 년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펼쳐 왔지만 여전히 99% 중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 혜택으로 연명하기 보단 자발성을 키울 수 있는 정책 툴과 과감한 연구개발(R&D) 지원이 패러다임 변화에 핵심 포인트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3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 해법에 대해 문의한 결과,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재정비로 'R&D 세제 지원 확대'와 '자발성' 등을 꼽았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에 대한 실타래를 풀기 위해 단계적 지원책을 검토 중입니다. 최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는 공동 연구 용역을 추진 중입니다.
 
피터팬 증후군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성장을 꺼리는 의미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후 세제·재정·규제 특례 등이 축소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관련 지원책은 오는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무엇보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을 때 지원책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3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 해법에 대해 문의한 결과,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재정비로 'R&D 세제 지원 확대'과 '자발성' 등을 꼽았다. 사진은 직장인 모습. (사진=뉴시스)
 
"잘 하는 중기에 지속 지원…R&D 확대↑"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무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막 성장한 기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세 가지는 국가로부터 받았던 세액공제율이 줄어드는 것이다. 판로 확대 및 금융 지원 축소"라고 말했습니다.
 
박양균 상무는 "수십 년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펼쳐 왔는데, 여전히 국내 전체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인 것은 문제가 있다"며"단순 중소기업이 아닌 '잘하는' 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박 상무는 중견기업으로 도약한 후에도 정부가 R&D 세제 지원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더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R&D 투자가 필수"라며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면 R&D 세제 지원책이 줄어든다. 이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면 앞으로 성장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경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 연장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는다 해도 또다시 정체가 시작된다. 규모만 조금씩 달라지는 피터팬 증후군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 해법에 대해 문의한 결과,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재정비로 'R&D 세제 지원 확대'과 '자발성' 등을 꼽았다. 표는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비중. (그래프=뉴스토마토)
 
"보호 아닌 낙인…혜택 대신 자발성↑"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해 펼치고 있는 기존의 지원책이 과하다는 조언은 국책연구기관에서도 지목한 바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보호하는 것은 보호가 아닌 '낙인'이라는 견해입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은 최근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보고서 발표를 통해 "5~1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계속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용보증기금에서 제공하는 신용 보증 등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정책은 '거기 있으면 넌 편하고, 내가 널 도와줄게'라는 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피터팬증후군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동근 명예교수는 "중소기업이라는 틀 안에 갇힌 보호막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며 "자발적성을 키워 활력을 돌게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세하다는 이유로 중소기업만 규제를 회피하는 시스템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며 현행 제도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규제가 특별히 많은 게 아니라 그간 중소기업이 규제를 덜 받는 특혜를 누리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중소기업 단계에서부터 지켜야 할 책임을 회피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3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 해법에 대해 문의한 결과,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재정비로 'R&D 세제 지원 확대'과 '자발성' 등을 꼽았다. 사진은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전경.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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