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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비민주적 정당정치
2024-03-04 06:00:00 2024-03-04 06:00:00
주요 정당들의 공천이 진행되면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의 불만과 후유증이 분출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폭발 수준이다. 이미 몇 사람이 탈당을 했고, 10여 명의 추가 탈당이 거론되고 있다. 권력 경쟁에서는 승패가 있기 마련이고 패배한 쪽에서는 불만이 나오는 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렇더라도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 파문은 정당 지지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하다.
 
근래 주목해 볼 만한 공천 파동을 보자.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의 공천 주도로 ‘친박’이 소외되자, 친박의 중심이었던 박근혜는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반발했다. 공천에서 배제된 친박 세력은 탈당해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결성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친박연대에서 14명, 친박 무소속으로 12명 정도의 대거 당선자를 냈다. 
 
2016년의 20대 총선에서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반영하는 공천이 이뤄지자 당대표였던 김무성의 이른바 ‘옥새들고 나르샤’ 사건까지 있었다. 이후 김무성은 ‘옥새;로 비유됐던 당대표 직인까지 들고 영도다리에 간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파문 이후 어느 정도 타협 방식으로 공천이 조정되면서 마무리됐다. 이른바 ’진박‘ 감별 논란이었다. 
 
당시 야당의 공천 또한 주목할 만한 했다.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왔다가 비대위원장까지 맡게 된 김종인 위원장의 중진 컷오프 공천이 있었다. 문재인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 논란 속에 국민의당 분당 사태까지 터져 민주당은 위기 상황이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김종인 위원장 체제를 위촉한 것이다. 자신의 비례대표 앞 순위 배치 논란 등 공천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지만, 그는 이해찬, 이미경 의원 등 중진을 공천에서 컷오프 배제했다. 이때 김종인 위원장은 여의도 ‘짜르’라는 별칭도 얻었다.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할이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총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느냐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보다 1석이 많은 123석을 확보해 1당이 되었지만, 20대 총선이 만든 여소야대는 38석을 얻었던 제3당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여소야대 정국이 국정농단 청문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기반이 되었다.
 
이번 22대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공천 파문은 일단 175명 내외 이를 정도로 현역의원이 많은 점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 주변에 친위 예비 세력이 많이 포진하고 있었고, 이들이 주요 후보군이 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대표 친위세력으로 불리었던 ‘더민주혁신회의’가 있었고, 이 대표의 사법적 문제를 변호하는 법조인과 대표 특보단 등이 총선 ‘친명’ 예비군으로 공천 경쟁에 나선 것이다. 친명, 비명, 나아가 ‘찐명’ 논란까지 낳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이전에도 친노, 친문이 있었는데, 이재명 대표체제에서 친명이 왜 문제냐고 맞대응한다. 그러나 친노, 친문이 권력을 독점했다면 그 또한 문제였을 것이며, 더구나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를 호위하는 친명의 정당성이 온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파동을 겪으면서도 큰 정당에 남으려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기성 정당, 특히 큰 정당에 대한 특혜가 워낙 크다. 큰 정당은 투표용지에 앞 번호를 주는 기호순번제를 채택하고 있고, 국고보조금 등의 지원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다.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의원, 법치를 주도하는 법무부 장관 출신이 편법적인 위성정당을 거리낌 없이 만든다. 그렇다보니 정당간에 경쟁하는 정당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도 어렵게 한다. 이번 22대 총선이 정당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한국 정당정치에 대해 각성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김만흠 새로운미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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