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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용남 "윤 대통령, 국정운영 자신감 완전히 상실"
(황방열의 핫피플)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윤·한 갈등, 레임덕의 시작"
2024-02-06 15:42:31 2024-02-07 15:08:11
'탈당 후 브레이크 고장', '봉인 해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을 만났습니다. 대학(서울대 사법학과) 재학 중인 1992년 사시(34회)에 합격한 김 정책위의장은 2011년 수원 안양지청 부장검사를 끝으로 15년의 검사 생활을 마친 뒤 한나라당에 입당했습니다. 2014년 7·30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거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꺾어 전국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땐 수원시장으로 출마, 이재준 민주당 후보에게 불과 0.57%포인트(2982표) 차로 패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상임공보특보로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윤 대통령에게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고 눈물을 보이며 12년 몸담았던 국민의힘을 탈당, 작지 않은 충격을 줬습니다. 현 정권 운영의 폐쇄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검사 출신 정치인이 검사 곤조를 빼려면 8년은 걸린다"고 했습니다. 13년 정치경력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김 정책위의장이 서울 법대 선후배이자 같은 검사 출신 초짜 정치인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가하는 비판은 매서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질타도 신랄했습니다. 다음은 지난 5일 만난 김 정책위의장과의 문답 요약입니다.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자신감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12년 동안 몸담았던 국민의힘을 떠난 지 한 달이 채 안 됐습니다. 탈당 기자회견 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국민의힘에 미련이 없어요. 다만 수원시 팔달구(수원 병)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당원들에 대한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래도 개혁신당은 지금 막 만들어 가는 신당이다 보니, 부족한 것도 많고 몸도 바쁘고 하지만 오히려 정신은 개운합니다.
 
-개혁신당이 기존 양당보다도 선도적으로 공약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약에 대한 논란도 많은데요.
 
국민 100%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고 생각해요. 당명에서도 알 수 있듯,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개혁인데요.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고 반대가 있기 마련이죠. 그럼에도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이 맞다면 반대가 있더라도 해내야 하는 거잖아요. 개혁신당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급조한 정책이나 표만 의식하는 정책을 발표하지 않거든요. 국민의힘의 '김포 서울 편입'처럼 실현 불가능한 정책은 발표하지 않을 겁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개혁신당 지지율이 정체 내지 하락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할 때 '이준석' 대표 이름을 넣으면 지지율이 나름 높게 잡힙니다. 그런데 아직 익숙지 않은 '개혁신당'이라는 당명으로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지지율이 좀 낮게 잡히는 경향이 있어요. 지난 2016년 총선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죠. '안철수 신당'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약 20%까지 지지율이 잡혔는데요. 국민의당을 창당하고서는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그럼에도 총선에서는 정당 득표 기준으로 국민의당이 26%를 넘겼습니다. 개혁신당도 비슷한 패턴이 아닐까 싶어요.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KBS 녹화 대담으로 대체했습니다. 
 
원래 윤 대통령은 거침없는 스타일 아닙니까. 그런데 기자회견 자체를 잡지 못한다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는 거죠. 더구나 대담을 생중계도 아니고 녹화로, 3일이라는 시간을 두고 방송한다는 건 편집으로 최대한 (내용을) 거르겠다는 거죠.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가 아닌가 싶어요. 국민들이 원하는 건 사전 각본 없이 현장에 있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거예요. 질의에 대한 답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2차, 3차 재질의를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혀야 하는 거죠.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피해자라는 논리는 억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건희=피해자' 논리는 억지…비선도 이런 비선이 없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피해자' 전술로 가는 것 같습니다. 사과와 수사 중 어느 것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건희 여사가 피해자라면 왜 사과해야 합니까. 피해자라면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죠. 이건 억지입니다. 명품가방을 준 최재영 목사에 대해서는 주거 침입 혐의로 수사를 한다고 하는데 법리상으로도, 기존의 판례상으로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명품가방을 받은 것보다 대화 내용이 더 충격적인데요. 선출된 임명된 권력도 아닌 영부인이 '내가 이 자리에 있어 보니'라고 해요. 또 '통일 문제도 직접 챙기겠다'라는 취지의 얘기를 하는데, 비선도 이런 비선이 없는 거죠. 국정운영의 큰 방향을 대통령이 영부인과 논의를 하거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노출된 겁니다. 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민주당이 이 사건을 총선에 악용하려 한다면 4월 10일 총선 이후에 수사하면 됩니다.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일단 봉합됐습니다. 한 위원장이 사실상 대통령(실)이 당무 개입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아무리 총선이 가까이 있다고 해도 대통령 임기가 2년도 안 지났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할까요.
 
일종의 레임덕(권력누수)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봐요.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너무 무리한 영향입니다. 초반부터 무리수를 두다 데미지가 너무 누적된 게 아닌가 싶어요.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하는 과정이나, 김기현 (전) 대표를 당대표로 세우는 과정,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들이 그렇죠. 이런 상황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동훈 위원장이 1라운드에서 우위를 점했습니다만, 현재 국민의힘 공천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일정 부분 백기 투항한 것 아닌가 싶어요. 김경률 비대위원의 총선 불출마도 백기 투항의 한 사례로 볼 수 있겠죠.
 
"한동훈 지지도 상승?총선결과 영향 없을 것"
 
-다른 인터뷰에서 윤·한 갈등은 '김건희 명품백'보다 총선 공천에 대한 사천 문제가 더 큰 요인일 거라고 했습니다.
 
이건 권력 투쟁입니다. 충돌의 가장 큰 이유는 공천 주도권 행사죠. 윤 대통령은 누가 봐도 현재 권력이고 한 위원장은 미래권력으로 너무 일찍 부상하는 바람에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거죠. 하늘에 어떻게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있겠습니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하락 내지 정체인 반면 한 위원장은 차기 대선구도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양강구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총선 결과에는 영향을 줄까요.
 
영향 없을 겁니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는 선거예요. 그런데 한 위원장의 차기 대선 지지도는 전형적인 정치권에 새로 입문한 신상품에 대한 기대효과에 불과해요. 윤 대통령은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당 장악 시도를 또다시 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한 위원장의 지지율이 총선에서 표로 연결되진 않을 겁니다. 
 
-만약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만약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100석 미만의 의석을 얻는다면 자중지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윤 대통령의 레임덕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3지대의 의석수가 중요한 것이죠. 개혁신당이 의미있는 의석수를 가져가게 된다면 개혁신당이 정국 운영에 있어 중요한 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지금 개혁신당의 목표입니까. 
 
그렇습니다. 개혁신당이 딱 가운데서 균형을 잡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서,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 후보를 내세우는 겁니다. 국무총리가 각 부처 장관의 임명 제청권을 실제로 행사해서 내각을 꾸리고 대통령은 소위 외치를 맡는 겁니다. (지금 하는 걸 보면) 외치를 어느 정도 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헌법에 정해진 대로 국정운영을 해보자는 겁니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은 어떻게 될까요. 국민의힘 의원 수십 명이 찬성표를 던질 준비가 돼 있다고 하셨던데, 정말 그런 분위기입니까.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명백하게 혐의가 없었다면 검찰이 진작에 무혐의 처리했을 거예요. 그런데 사건을 잡고만 있는 건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겁니다. 재표결은 무기명 투표기 때문에 분명히 찬성하는 표가 나올 거라고 봐요. 민주당 쪽은 통과 가능성을 고려해 총선 후 재표결을 거론하는 것 같은데요. 국민들이 보기에 옳은 방법은 아니죠. 정정당당하게 총선 전에 재표결해야 합니다. 만약 부결된다면, 개혁신당을 포함한 범야권에 200석 이상을 주시면 '대통령이 함부로 거부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호소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준위성정당? 친명 비례 의석 가져가겠다는 욕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제 문제에 대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준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요. 
 
위성정당과 준위성정당에 차이가 있나요. 명품백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가 피해자라는 국민의힘 주장과 같은 수준의 억지예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정의당이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 없이 통과시킨 거 아닙니까. 이 대표도 대선 과정에서 몇 차례나 약속을 했잖아요. 그렇다면 적어도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아야죠. 용혜인 의원이 만드는 정당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만들 우군 위성 정당들이 있음에도 이 대표가 '준위성정당'이라는 해괴한 개념까지 들고 나온 것은 본인이 공천 심사를 해서 확실하게 내 편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가겠다는 욕심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검사는 국민의 확인된 민심이라는 대세에 충성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치검찰을 당연시 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그게 옳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정권이 무너질 때, 그리고 이른바 적폐 청산 작업을 할 때 검찰이 과연 기존에 해오던 수사를 했는가.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당시에 직권남용죄가 확대 해석됐는데, 이런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47개 공소사실이 전부 무죄 판결 나왔잖아요. (현재 상황에서 보면) 설령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대패한다면 특검이 없어도 검찰이 알아서 수사하게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국민 여러분께서 개혁신당에 대해 아직 낯설어하시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작은 정당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죠. 개혁신당은 소수지만 뛰어난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뭉쳐있는 정당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희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번 총선에서 꼭 개혁신당을 기억해 주십시오.
 
대담=황방열 선임기자, 정리=한동인 기자 h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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