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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CES2024 과열 유감
2024-01-31 06:00:00 2024-01-31 06:00:00
매년 1월이 되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로 온통 떠들썩합니다. 언론에는 CES 행사를 칭송하는 기사와 참관기로 도배가 됩니다. CES를 참관하고 돌아온 분들은 미래 추세의 현장을 목격했다며 SNS 단톡방에 사진과 경험담을 올려 공유합니다. 모임에서는 CES에 전시된 혁신 기술제품과 기술중심 기업에 관한 화제가 중심이 됩니다. 행사장에서 조우한 유명 국내 기업인과 정치인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CES를 다녀오지 않으면 미래 변화에서 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살짝 듭니다. 
 
2024년 CES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첫 번째 오프라인 행사로 전 세계 150개국에서 4000개 이상의 기업과 14만명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쏟아냈습니다. 미국 1148개사, 중국 1104개사에 이어 한국기업은 세 번째로 많은 850개사가 참여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비중은 돋보일 정도로 높았습니다. 참여 스타트업 1400여개 중 한국 스타트업이 512개사로 35% 정도에 달합니다. 질적으로도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됩니다.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 116개가 CES혁신상을 수상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습니다.
 
전시자와 참관자로 간 한국인은 약1만5000명으로 전체 참석자 10명 중 한명이 한국인입니다. 인구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참가기업, 수상기업, 참관자 숫자는 다른 나라를 압도했습니다. 한국 기업이 없었다면 CES가 초라해졌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한국이 차지한 비중과 위상이 특출났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정도로 우리나라가 CES에 열을 올릴 필요가 있는지 집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CES에 전시할 수 있는 원동력은 정부의 지원 정책 덕분입니다. 올해 CES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산업통산자원부, KOTRA를 필두로 32개 기관이 ‘통합한국관’을 운영하여 우리 스타트업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 지원 행사가 정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계가 이번 CES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제품을 전시하기 보다는 주관 부처를 홍보하는 행사에 치중하였습니다. 지자체들은 개별적으로 홍보관을 마련해 기업보다는 지자체를 내세웠습니다. ‘서울관’ ‘인천관’ ‘전남관’ ‘대전관’ 등을 운영하며 홍보관 운영과 참여비용으로 수십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이에 자극받아 경기도는 예산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액하여 2025년에 CES전시회 내에 ‘경기도관’을 대규모로 설치하고 25개 업체를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 한국형 K-CES에 외국인이 구경 올 리 만무합니다. 한국관에는 대부분 한국인만 보일 뿐 외국인은 드물었다고 합니다. 미국까지 가서 집안 잔치한 꼴입니다. 
 
반면에, 인기 전시장에서는 제대로 관람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10만명 이상이 전시장을 메우니 인파에 휩쓸려 제대로 구경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공휴일의 테마파크 구경한 분위기에 비유되기도 하였습니다. 
 
CES 행사기간에 라스베이거스 호텔비는 몇배로 높아 바가지를 씌웁니다.  항공료와 숙박비에 참가비까지 부담하며 그 많은 사람이 라스베가스까지 현장을 관람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유튜브에는 CES 전시장을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실감나게 보여주는 동영상이 수없이 많습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나오는 CES 보고서는 CES의 주제와 전시품을 아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상세히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일반 관람객은 이런 자료를 보는 것이 현장을 가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현장을 가는 이유가 순수하게 CES 관람때문인지 궁금합니다. 한총연과 같은 경제단체는 CES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일정을 보면 미국 서부 여행 관광 패키지와 같습니다. 요즘은 각 대학의 경영자 과정에서도 해외 연수의 일정으로 CES를 갑니다. CES 견학으로 포장한 단체 관광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CES는 올림픽 경기나 노벨상이 아닙니다. 한국 기업이 많이 참여하고 한국인 관람객이 많다고 국가 위상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CES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는 미국의 소비재 기술산업을 대표하는 협회(trade association)로 회원사가 1000개에 달하며 회비를 받아 운영됩니다. 우리나라의 산업별 협회와 같은데, 수익 사업과 회원사 홍보를 위해 CES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런 CTA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정부와 관람객이 가장 큰 고객입니다. 스타트업으로 채워지는 ‘유레카 파크관’은 우리 정부와 지자체 덕분에 빈틈없이 구석까지 다 팔아  큰 이득을 보았다고 합니다. 
 
CES는 주관사나 참여기업 모두 마케팅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사입니다. 미국의 빅테크 회사들이 CES에 전시장을 내지 않는 이유는 특별히 CES에 참여 안 해도 마케팅이 잘되기 때문입니다. CES는 말 그대로 ‘쇼’이지 ‘를 권위있는 대회나 경연장이 아닙니다. 우리 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위해 참여할 필요는 있지만 너무 과도하게 열광할 이유는 없습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권순욱 미디어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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