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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차별화에…민주당도 3지대도 '딜레마'
한동훈, 윤 대통령과 갈등 후 '여당 내 야당' 차별화 전망
박근혜, MB정부서 '여당 내 야당' 길 걸으며 역할론 키워
민주당, 정권심판론 안 먹힐까 우려…3지대는 참신함 뺏겨
2024-01-23 17:18:07 2024-01-23 19:10:2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통령실 사퇴 요구를 거부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차별화 행보에 나서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과 3지대 신당이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의 초유의 갈등 이후 한 비대위원장의 존재감은 한층 커졌습니다. 이번 마찰이 한 위원장에게 유리한 형세로 봉합될 경우 윤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치인으로서의 차별화에 성공, 향후 대권까지 겨냥할 수 있게 되리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반면 한 비대위원장이 이런 행보를 지켜보는 민주당과 3지대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여권 권력투쟁의 반사효과를 누리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외연을 확장하려던 계획,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면서 표심을 확보하려던 전략, 3지대 연대 등으로 참신함과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는 계산 등은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이웨이' 한동훈 차별화 땐…'여당 내 야당' 포지션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 23일 충남 서천에서 전격 회동한 걸 계기로 일단 봉합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간 두 사람은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입장 차이 등으로 파열음을 냈습니다. 다만 갈등이 봉합된 후 두 사람의 정치적 입지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 비대위원장의 차별화가 두드러질 걸로 예상됩니다. 윤 대통령의 아바타로 불린 한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치인으로서 독자노선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일각에선 이명박정부 때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이명박정부 당시 4선 중진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의 길을 걸었습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자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이 재협상밖에 없다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고,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자 "지방 사정이 너무 절박하다. 선후가 바뀐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정부·여당이 방송법 개정안 등 이른바 'MB 법안'을 밀어붙이려고 하자 "법안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점차 여권 안에선 '박근혜 역할론'이 부상했고, 정치적 위상도 올랐습니다. 여당 의원들 선거 땐 대통령 대신 박 전 대통령을 찾았고, 그는 '선거의 여왕'이 됐습니다. 여당 내 야당의 결정판은 '좌클릭'이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이명박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기보다 김종인씨를 영입해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습니다. 실패하고 부패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신 깨끗하고 혁신적인 '새누리당 박근혜'로 차별화를 한 것입니다.   
 
2011년 12월21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민주, 정권심판론 약화 우려…3지대, 존재감 어쩌나
 
한 비대위원장이 차별화로 정치적 위상을 키우면 민주당과 3지대로선 총선 전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리는 꼴입니다. 민주당으로선 윤석열정부를 견제할 제1당으로서의 정권심판론이 먹혀들지 않게 됩니다. 당장 한 비대위원장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면서 윤 대통령과 맞서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은 수위 조절에 실패할 경우 자칫 정부 발목잡기로 비칠 수 있습니다. 반면 한 비대위원장이 정부와 선을 긋는 건 여당이 정권의 코드 맞추기를 거부하고, 민생을 챙기며 정치를 개혁한다는 명분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3지대도 위기입니다. 3지대의 강점인 참신함이 한 비대위원장의 존재감에 묻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지대가 느끼는 난처함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을 "초록은 동색"이라고 표현한 데서도 드러납니다.
 
이번 갈등과 관련, 이 대표는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음식점에 주방은 하나인데 전화 받는 상호와 전화기가 두 개 따로 있는 모습으로 서로 다른 팀인 척해서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요"라며 "초록은 동색"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한 비대위원장이 거절한 건 정부·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국면을 전환하고자 '짜고 치는 꼴'이라고 꼬집은 걸로 풀이됩니다. 
 
2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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