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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암호화폐 조직 '걸음마'
금융위 내 암호화폐 조직 부재…"행안부와 논의 중"
금감원, 이달 관련 조직 마련해 시작 단계
2024-01-23 14:30:08 2024-01-23 17:46:22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며 암호화폐 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금융당국은 조직 정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내에는 암호화폐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고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조직을 구성하는 등 걸음마 수준이란 평가입니다. 
 
7월 법 시행되는데…금융위 암호화폐 전담조직 없어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에 암호화폐 전담 조직이 존재합니다. FIU에는 가상자산검사과가, 금감원엔 가상자산감독국, 가상자산조사국이 있습니다.
 
FIU의 가상자산검사과는 지난 2021년 신설된 조직으로 암호화폐사업자를 관리·감독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합니다.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라 신고 수리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입니다. 당시 개정된 특금법이 시행되면서 전담하는 부서를 새로 만든 겁니다.
 
FIU는 금융위 산하에 있지만 금융위와는 별개 기관입니다. 금융위 내에는 암호화폐를 전담하는 조직이 따로 없습니다. 지난해 FIU에 있는 가상자산검사과를 금융위가 직접 관리해 가상자산국을 신설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금융위는 사실이 아니라고 못박은 바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조직도 (자료=금융위원회)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준비는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에 있는 금융혁신과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마수걸이 법안으로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금융혁신과는 지난해 12월 해당 법안의 세부내용을 규정하기 위해 시행령 및 감독규정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했습니다.
 
법안이 추진되는 만큼 금융위 내에서도 전담 부서가 신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다만 금융위 내에 조직을 구성하는 일은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없고 행정안전부와 협의해야 합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직에 관한 문제는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행안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지속적으로 (조직 신설과 관련해)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이달부터 조직 출범…다소 늦은 행보 지적
 
금융감독원 암호화폐 전담부서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이달 9일부터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을 출범했습니다. 조직개편으로 암호화폐 전담조직이 신설되기 전엔 디지털자산연구팀이 암호화폐 입법지원과 연구, 시장 모니터링을 도맡았습니다. 신설된 두 국은 6개 팀, 총 33명으로 운영되며 정보기술(IT) 전문가 8명, 변호사 7명, 회계사 8명 등으로 전문성을 갖췄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앞서 관련 부서를 조직했지만 아직까진 첫 단추를 꿰는 단계입니다. 가상자산감독국에선 암호화폐 사업자 규제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 체계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 보니 자율 규제 등과 같은 부분도 같이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사국은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고 시장감시책 구축에 나서는 중입니다. 최근 미신고(불법)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투자권유에 속아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가상자산조사국은 소비자경보 '경고' 등급을 발령했습니다. 
 
금융위보다 먼저 국 차원의 암호화폐 조직을 만들었지만 시장에선 암호화폐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준비가 늦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난 2017년 금융위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 이후 7년간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는 데 대한 지적입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만들어지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가상자산을 금융으로 보지 않는 것이 전반적인 인식이었다"며 "사회 현상이었던 것이지 금융은 아니어서 법무부나 과세당국에서 봐야 하는 부분이 각각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법이란 테두리가 존재해야 액션을 취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규제당국 입장에선 법 없이 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며 "그래도 그동안 디지털자산연구팀에서 지난해 11월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가 CDA(Crypto and Digital Asset Markets) 권고안과 유럽연합(EU)이 오는 6월 말 시행하는 가상자산 포괄 규제 MiCA(The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등을 살펴보는 등 국내외 동향을 파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비트코인 현물 ETF를 두고 금융당국 내 논의는 암호화폐 조직과 별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최근 대통령실에서 "금융위원회는 '이것을 한다, 안 한다'라는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말도록 한 상태"라고 밝혀 추후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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