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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게 어디 배우 이정재 씨를 욕할 일인가
2023-12-07 06:00:00 2023-12-07 08:14:12
한동훈 장관과 밥 먹은 게 알려진 뒤 배우 이정재 씨가 민주당 개딸들한테 크게 욕먹고 있다. 이 씨는 개딸이 좋아하거나 허락하는 고교 동기와 밥을 먹어야 하나. 동기생 둘이 밥 먹은 게 왜 언짢은가. 한 장관 팬이 수 백만 명 쯤 늘어날 것 같아서? 혹여 그렇게 생각한다면 시민의 정치의식 수준에 대한 모독이다. 이정재 씨 영향력이 그렇게 큰지도 잘 모르겠고. 밥 먹고 안먹고는 동기생 간의 사생활일 뿐이다. 만일 개딸 누군가가 어떤 사람과 밥 먹었다고 비난받으면, 그분은 합당하다고 느낄까. 
 
작년 대선 전후로 개딸의 동향은 주요 정치뉴스가 돼왔고, 논쟁 거리를 낳고 있다. 열광적 지지그룹은 정당이나 단체의 동력원이고, 직접 민주주의 기능 강화 등 긍정적 요소가 많다. 그러나 배타성을 띄면 역기능이 초래되기 마련이다. 조직화된 집단의 힘을 폭력적 방법으로 분출시키는 지경에 이르르면 그때부터는 ‘민주’가 아니다. 개딸만이 아니라 어느 정치인 지지자건 폭력과 배타는 해당행위다. 
 
이 점을 제기한다. 투표권은 개딸에게만 있는가. 특정인과 특정 정당 지지 방식은 개딸이 유일하게 옳은가. 개딸이 ‘배타적 집단’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프면, 전체 유권자의 최소 51%를 개딸로 만들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개딸 주장에 귀기울이고 승복할 것이다. 그게 잘 안되거나 못하겠으면 ‘입 과격주의’와 ‘특정인 숭배’ 벗고, 정치 내색 잘 하지 않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소통이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자각하고,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얘기하는 것이다. 상대를 무찌르겠다는 일념으로 잡아먹을 듯 임하는 게 아니라. 개딸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우르르 몰려가 모욕과 언어폭력으로 쑥대밭을 만들어버린다. 내게 덤비면 어떻게 된다는 걸 시위하는 엄석대가 떠오른다. 엄석대. 어느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그게 ‘민주주의’에 부합하는가. 그러니 심지어 파시즘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된 것이다. ‘재명이네 마을’ 이장을 뽑는 거라면 개딸이 맞다. 대선이나 총선은 이장 선거가 아니다. 개딸의 목표는 민주당 패권인가 집권인가. 개딸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고 현명하다. 그게 개딸이 지지하는 사람을 진짜로 돕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이다.
 
개딸 무등에 올라타 찍히지 않으려 눈치보거나, 오히려 개딸 부추겨 정치적 이득 누리려는 사람들 때문에 민주당 지지율이 한계에 봉착해있다는 생각은 안해봤는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과 여당의 계속된 불통과 독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를 뭐라 보는가. 불과 6년 전인 2017년 촛불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경선후보의 ‘양념’ 발언이 있었다. 그 발언의 최대 피해자가 이재명 대표였던 걸 생각하면 얄궂은 아이러니다. 혹시 그때의 ‘손가혁’이 지금 개딸의 코어인가? 핵심 지지 기반이자 전위대인 개딸의 배타성과 맹목성이 이재명 대표의 중대 한계다. 개딸은 이 대표에게 자승자박이자 부메랑일 공산이 크다. 법인카드 초밥이나 일제 샴푸건 처럼 빼도박도 못하는 불법과 도덕성, 민망하기 짝이 없는 추접 사건은 굳이 부연하지 않는다 해도. 일부 개딸은 법인카드 건을 두고 “그깟 몇 십만원 짜리…”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뭉개는 모양이다. 그런 태도가 합리와 상식을 중시하는 시민에게는 얼마나 경악스러운 내로남불일까.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도 합쳐진 숫자지만, 1년 넘게 무당층이 무려 30%를 오르내리는 이유를 살피고, ‘전략적 고민’을 권한다. 감정적 한풀이나 동일집단 내 ‘으쌰으쌰 정신승리’에 도취돼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정치인은 숭배 대상이 아니라 일 잘하는지 감시할 대상이다. 선거는 철야부흥회가 아니라, 자격심사 평가회다. 부흥회의 갑은 전도사지만 평가회의 갑은 평가위원인 유권자, 즉 시민이다. 
 
노무현을 지지하고 대통령으로 만든 ‘노사모’와 지금의 개딸은 다르다. 노사모는 열광적 지지와 함께 합리적-상식적 비판과 토론도 가열찼다. 그에 비하면, 개딸은 특정인에 대한 무비판적 숭배에 가깝다. 개딸은 자신들을 노사모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중간 위치의 시민들은 그렇지는 않다고 느끼는 듯하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압승을 얘기한다. 개딸에 얹혀가는 한 압승은 커녕 ‘의미있는 승리’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현 의석수를 감안할 때, 민주당이 151석(과반)을 못하면 실질적으로는 패배하는 것일 게다. 민주당 김용민의원의 “압승 실패 시 계엄” 운운은 너무 나간 확증편향이고. 영화 <서울의 봄> 열기에 숟가락 얹어보려는 것이었을텐데, 그런 편승 심리는 불필요한 구설만 낳는다. 
 
안다, 이 글을 ‘수박’이라 비아냥대며 욕하리라는 것. 개딸이 수박논쟁에 빠져 분기탱천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다른 점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채점하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두 말 할 필요 없이, 선거는 다른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개딸 논쟁은 가까이서 보건 멀리서 보건 비극이다. 개딸이 그렇게 싫어하고 저항했던 게 흑백논리와 전체주의 아니었던가.
 
이강윤 정치평론가·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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