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허지은 기자)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베트남 시장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때문입니다. 동남아시아 진출 거점으로서 베트남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 비해 문화와 종교, 역사적으로 우리 금융사들이 진출하기 좋은 환경인데요. 최근 미국과 베트남 간 외교 관계가 개선되고 있으며 '투자 적격' 등급 획득을 앞두고 있는 점도 투자처로 기대가 되는 점입니다.
물론 금융산업을 통제하는 규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단기적 시각에서 성과를 내려는 욕심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는데요.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지난 29일 윤항진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 KOCHAM) 금융협의회장과 최근환 베트남-싱가포르 공단(VISP) 마케팅 이사를 차례로 만나 베트남 금융시장의 현 주소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윤항진 코참 금융협의회 회장(사진)은 유럽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베트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베트남, '투자 적격' 획득 목전"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푸어스)는 베트남의 국가 신용등급을 BB+로 정했습니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BBB부터 투자 적격 등급으로 분류되는데요. 최근 등급 상향을 이뤘던 베트남은 미국과의 외교 관계도 크게 개선되고 있어 또다시 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 이사는 "국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미국과의 외교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베트남을 전격 방문해 베트남 서기장을 만나고 가장 높은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외교 관계를 격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베트남이 투자 적격 등급을 획득한다면 경제와 금융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투자 제약이 사라지면서 많은 자본이 몰려들면 금융사들 역시 자산운용과 투자, 자금조달 등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투자 리스크가 사라지게 되면서 파이낸싱 기회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 최 이사의 설명입니다.
베트남 금융시장이 확대될 것을 염두에 둔다면, 현지 진출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 이사는 "현재 글로벌 리스크가 확대하면서 한국 금융사들도 대출을 줄이는 등 영업을 줄이고 있다"며 "리스크를 회피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자를 늘리는 차원에서 국영기업 성격인 베트남 현지 은행에 대한 지분투자 확대를 권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 비엣콤 뱅크 호찌민 본부 건물 앞에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가운데)가 세워져 있는 모습. 금성홍기의 붉은 바탕은 공산당을, 가운데 자리한 노란색 별은 공산당의 리더십을 상징한다. (사진=뉴스토마토)
"10년 노력해야 과실 먹는다"
베트남을 발판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금융사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 탓에 성과를 이른 시간 내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윤 협의회장은 "한국 본사에서 보는 것과 베트남 현지에서의 기업 운영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보다 4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3년 걸릴 일이 여기서는 10년이 걸리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정책이 아직 미비한 상태이고 베트남 정부나 소비자들의 금융 지식이 높다고 할 수 없어 상품 출시 기획부터가 만만치 않다"며 "어떤 시도를 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도 충분한 판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 이사 역시 베트남 시장을 '만만치 않다'고 표현했는데요. 그는 "베트남의 금융시장은 1970~80년대적 요소와 2020년대 요소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베트남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560달러로 한국의 1980년대 수준이지만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정부의 관심사가 국민의 소득수준 확대나 경제 성장보다는 정치적 이유를 우선하는 분위기"라며 "선진화된 아이디어가 있어도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시장에 도입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3)편에서 계속>
최근환 VSIP 이사는 베트남의 신용등급 상향이 전망된다며 베트남 진출 기회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베트남 호찌민=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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