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생보협회 2023 결산)'상조·요양업' 신사업 규제 완화 답보
'블루오션' 펫보험 시장 안착도 과제
회원사들 "업계 대변 스피커 역할 해달라"
2023-11-30 06:00:00 2023-11-30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저출산과 고령화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생명보험사들은 미래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전통 수익 채널인 보험 가입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요. 업계는 생명보험업과 연관성이 높은 요양·상조 등 시니어 케어 사업을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복안입니다. 생보협회 차원에서도 신사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당국에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답보 상태입니다. 생보업계 관계자들은 협회가 적극적으로 업계의 현안을 발굴하고 제도화 할 수 있는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서울  소재 노인전문요양센터에서 입소 어르신과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부동산·비급여 규제 완화 시급
 
정희수 생보협회장은 올해 초 신년 간담회에서 생명보험 산업을 '토탈 라이프케어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 회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 전반을 살피는 생명보험의 토탈 라이프케어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사회적·개인적 트렌드 변화에 정교하게 대응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확장하는 한편 복합 위기 극복과 통합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생보사를 위해 신사업 활로를 제안한 것인데요. 업황이 악화되고 있어섭니다. 올 3분기 '빅3' 생보사 가운데 삼성생명을 제외한 한화생명·교보생명은 실적이 감소했습니다. 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6% 감소한 8448억원에 그쳤습니다. 교보생명은 3분기 3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누적 순이익은 20.47% 감소한 6035억원이었습니다.
 
삼성생명이 그나마 선방을 하긴 했는데요. 연결기준 누적 순익은 1조4497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하지만 삼성생명 역시 별도 기준으로 보면 3분기 순익은 2700억원 가량에 그쳤는데 순이익의 절반 가량이 자회사에서 번 돈이었다는 의미입니다. 고금리 상황에서 생보사들이 다수 보유한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이 주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양사업은 생보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문제는 현행법상 30인 이상의 요양시설을 설립하려면 부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공부지는 대체로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수익을 내려면 인구가 밀접한 도심에 시설을 지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요양시설 설립을 위해선 부지와 건물을 소유하는 방법이 유일한데, 도심권 토지 매입과 시설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생보업계는 요양사업 부지 소유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줄곧 건의해왔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요양시설 공급부족 지역을 중심으로 임차 요양원 도입 검토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닌데다, 시민단체는 영세 요양시설 난립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생보사가 요양·상조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주장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선 금산분리 규제를 손봐야 하는데,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7월 생보업계가 금융위 '금융규제개혁 TF'에 상조 시장 진출을 건의하고 올해 초 정 생보협회장까지 나서 상조업 진출 의지를 강조한 바 있는데요. 금융당국은 올해 8월로 예정됐던 금산분리 완화 계획 발표를 보류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가 요양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면서 "도심 요양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몇백명의 대기자가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규제 완화를 관철시키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13일 한화생명에서 열린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두번째)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왼쪽 세번째)가 상생협력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생방안 마련, 회원사 따로따로
 
올해 금융권에 거세게 분 상생금융 압박 속에서도 생보협회가 이익단체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금융당국 주도로 이뤄진 금융사들의 상생금융 행보에 삼성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 등이 동참 의사를 밝혔는데요. 생보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동참하거나 동참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업계 공동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아 개별사의 부담을 덜어준 손해보험협회 행보와 비교된다는 의견입니다. 손보협회는 14개 손해보험사와 함께 지난 8월 40억원을 서울시 난임 수술비용으로 지원한다는 상생금융안을 내놓았습니다.
 
생보사 관계자는 "상생금융안을 개별 회사가 내놓기까지는 어떻게 상품을 기획해야 할지 적정한 규모는 얼마인지 고민이 깊다"며 "회사 재정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대감에도 부응해야 하는 만큼 방안 마련이 무척 까다로웠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손보업계처럼 공동으로 방안을 내놓으면 중소형사의 부담도 덜고, 방안 마련 해법도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생보협회가 현안을 직접 발굴하고, 업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생보업계 공동의 현안이 있어도, 그 의견을 정부나 국회에 전하는 것은 개별사의 몫이 될 때가 많다"며 "생보협회가 주도적으로 스피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월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2023년 생명보험협회 기자간담회' 에서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