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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CF연합이 성공하려면
2023-11-08 06:00:00 2023-11-08 06:00:00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일명 CF연합 (Carbon Free Alliance, 이하 “CF연합’)가 지난달 10월 12일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정식으로 출범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취지이고, CF연합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 CCUS 등 다양한 수단을 포괄하여 인정하는 차이가 있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RE100에 대응하는 에너지 캠페인을 거론했고, 지난 UN본회의 연설에서 CF연합의 개념과 취지를 설명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숙제를 풀기 위해 한국이 앞장서서 국제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 여러 부처와 기관들, 국내 유수의 기업들 다수도 이 활동 참여했으니, 향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한다.
 
RE100을 포함해서 현재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각종 캠페인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다양한 캠페인들이 서로 상이한 목표들을 주창하면서 자칫 상충되거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RE100을 포함하여 인지도가 있는 여러 유사 캠페인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작년부터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라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에 입각해서 이러한 활동들을 통합하자는 논의도 UN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CF연합이 기존의 여러 캠페인과 차별화된 성과를 거두고, 탄소 중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1. CF연합을 설명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언론 인터뷰 기사를 보면 RE100에 대한 비판이 자주 보인다. RE100으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니 CF연합이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CF연합이 RE100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전량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게 RE100 캠페인의 골자다. 10년 전 영국과 미국에서 비싼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들이 우선 부담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요즘은 영국과 미국의 뉴스 매체에서 관련 소식을 찾기 힘들다. 두 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힘쓰는 기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IRA법안을 통해 수백조원의 재정을 투입하여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이 올라 고전하고 있지만 EU도 2035년까지는 재생에너지 위주로의 전환을 목표로 각국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고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전 세계 연간 재생에너지 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즉, 재생에너지 보급의 속도와 방법론에서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 우선 보급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므로 민간 캠페인의 중요성이 떨어졌을 뿐이다.
 
그러니 굳이 재생에너지를 비판하기보다는, 다양한 기술 수단을 동원하면 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인프라의 단점을 보강할 수 있고,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다는 접근 방식을 추천한다. 원전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망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CCUS가 전체적인 에너지 공급 비용을 얼마만큼 절감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CF연합만의 방법론이 중요하지, 재생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비판은 효과가 떨어진다. CF연합만의 탄소 중립 전략이나 방법론에 대한 논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주력한 이후 재생에너지나 RE100에 대한 비판을 해도 늦지 않다.
 
2. CF연합은 방법론에 있어 원전 활용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재생에너지로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지역과 국가가 분명 존재하며 원전은 그런 나라에 중요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도국 중 재생에너지 자원이 좋지 않고, 인구가 많고, 에너지 수요가 향후 급격히 증가될 나라들을 대상이 될 텐데, CF연합에서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원전 도입 지원 패키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개도국 입장에서 원전을 확보하는데 장애 요인이 많다.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고 안전한 운영을 위해 숙련된 기술 인력을 확보해야 하며, 도입 결정을 내린 후 실제 발전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CF연합에서 이런 개도국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이들이 원전을 도입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패키지, 인력 교육, 무료 컨설팅 등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선진국에서도 고밀도 고출력의 대량 에너지 투입이 필요한 산업체의 탄소 중립에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제철, 반도체, 정유 등이 대표적인 산업인데 대규모 산단을 형성하는 이들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여 산단 인근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에너지 수요처 인근에 원전이 입지하면 송배전망 건설 등의 문제를 피할 수 있으므로 안전성 강화 비용 대비 경제성 개선 효과를 비교하고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철소 산단 내부에 대형 원전을 지어 전기와 수소를 공급하는 방안, 반도체 공장 내부에 SMR을 건설하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대중의 관심을 환기해야 하고, 실질적인 혜택과 편익을 보여줘야 하며, 구체적인 평가 방법론이 준비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주도하는 주창자의 진심과 헌신이 필요하다. CF연합이 치밀한 준비와 꾸준한 노력을 통해 탄소중립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권효재 COR 페북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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