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보험 단순민원, 금감원→보험협회 이관 불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
금융위 내부서도 회의론
2023-10-04 06:00:00 2023-10-06 18:50:14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단순민원을 보험협회에 이관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보험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민간 협회에 민원 처리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지적입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 민원 처리를 보험협회로 이관하는 방안이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 내부에서는 민원 처리 이관에 대해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약 보험협회에 보험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다고 해도 대부분의 민원은 여전히 금감원에 접수될 것"이라며 "보험 소비자들의 보험업계에 대한 신뢰가 낮아 보험협회에 민원을 접수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금융소비자연맹은 성명을 통해 이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협회는 보험사 이익단체로, 보험사로부터 비롯된 대다수 보험민원을 보험사 이익단체에서 처리하도록 허용하는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보험협회에 일반 보험민원을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보험분야 규제 개선방안'에 담겨있습니다. 분쟁 소지가 적은 단순질의나 직원 불친절 상담과 같은 단순민원은 보험협회가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다만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 등 분쟁민원은 금감원에서만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금융당국과 국회까지 나서 보험협회에 민원 처리를 이관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은 민원 처리 속도 때문입니다. 보험 관련 민원 및 분쟁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의 인력은 제한돼 있지만 민원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어 분쟁 처리기간이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민원을 보험협회에서 처리하도록 해, 금감원의 민원 처리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입니다.
 
금감원이 발표한 올 상반기 금융민원 통계에 따르면 보험민원은 총 2만5034건으로, 전체 금융민원 중 51.6%를 차지했습니다. 중소서민 민원은 22.1%, 은행 민원이 17.5%, 금융투자 관련 민원이 8.8%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보험 민원은 1448건 줄어들긴 했지만, 2022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406건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역시 민원 규모가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금융위가 분쟁민원으로 봤던 보험금 산정·지급 관련 민원은 생보 민원 중 20.5%, 손보 민원 중 51.8%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상반기 금감원이 처리한 민원 건수는 4만890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했습니다. 분쟁민원 처리 기간은 평균 103.9일로, 91.7일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12.2일 늘어났습니다.
 
금감원의 보험 민원과 분쟁민원 처리 부담이 큰 상황에서 대안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이어집니다. 금감원 민원 처리 인력을 늘리거나 금감원 내 보험 민원 처리 전문 독립 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입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금감원 내 독립기구를 신설해 보험관련 전체 민원을 총괄하도록 해 민원 처리 속도를 높이고 전문성을 향상하는 방안이 근본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