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이후에도 집값과 전셋값이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맷값의 경우 대출 상품 제한과 경제 침체로 상승세 둔화가 나타날 수 있는 반면 전셋값은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상승폭 확대를 점쳤습니다.
27일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 5인에게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물어본 결과, 모두 수도권 집값은 지금과 같은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간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급매물 소진 후 호가를 올린 매도자와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자의 줄다리기가 팽팽합니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늘면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럼에도 매도자들은 금액을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비수기로 통하는 여름 휴가철과 추석을 보내고 나면, 하반기 시장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요.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의사결정을 미뤘던 수요자들이 추석을 기점으로 움직일지 홀딩할지 결정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 지난해 12월 말 0.76%까지 떨어졌던 전국 아파트값은 올 7월 상승세로 돌아서며 10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이보다 빠른 5월 말과 6월 초 오름세로 전환했죠. 지방은 8월에서야 하락을 멈추고 상승세를 키우고 있습니다.
얼어붙었던 매수심리도 개선되는 모습입니다. 지난주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국 90.1, 수도권 90.8으로 90대를 회복했습니다. 서울(89.3)과 지방(89.4)은 90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넘기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뜻입니다.
지방 또한 상승 전망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도권과 시차를 두고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미분양이 어느 정도 해소되며 심리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내년 하락 가능성…"3가지 변수에 달렸다"
다만 추석 이후 반등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금융당국의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공급 제동이 수요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금리 또한 미국의 고금리 기조에 따라 내려갈 가능성은 낮은 상황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아파트값 반등은 대출 증가 영향이 컸다"며 "최근 금융당국의 일부 대출 상품 판매 제한은 시장에서 악재"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 내년 아파트값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큰 폭의 하락세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부부 합산소득 1억원 이하'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지속 공급됨에 따라 6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키맞추기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8억원대 거래됐던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가 9억원을 넘겼고, 9억원을 밑돌았던 경기도 '국민평형' 아파트 거래가 늘면서 이 또한 9억원을 웃돌게 됐다"며 "이런 흐름은 6억원 이하 수도권 구축이나 소형아파트까지 전이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전셋값은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올 하반기 상승폭 확대에 무게가 쏠립니다. 김인만 소장은 "전셋값이 지난해 크게 떨어졌던 만큼 올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며 "현재 아파트 매맷값보다 전셋값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역전세난 우려는 수그러든 분위기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오래가지 못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올 하반기보다 내년 상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대중 교수는 "내년 상반기 고금리, 고유가,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3가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며 "한국 수출시장 20%를 차지하는 중국이 휘청이면 국내 경제도 어려워지고, 이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실수요자들은 가격 낙폭을 기준 삼아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입니다.
박원갑 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실수요자라면 지난 2021년 10월 고점 대비 25~30% 저렴한 매물을 선별해 접근하면 쉽다"며 "전망보다 가격 메리트를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투자자라면 보수적인 시각으로 좀 더 기다려도 된다"면서 "특히 비아파트 시장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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