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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유사종교화된 진영정치의 악순환
2023-09-18 06:00:00 2023-09-18 08:49:42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7일째를 넘기면서 건강상 고비를 맞고 있다. 민주당이 단식 중단 요청을 결의하고 검찰독재에 맞서는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와 내각 총사퇴 촉구도 결의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이 대표의 단식에 냉소적이었다. 오히려 사법 절차를 지연시키는 사법방해 전략으로 보았다. 정치권 자신들의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권력투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정국이다.
 
민주화 이후 수십 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극단의 대결정치는 늘 민주화 이후 우리 정치의 극복과제로 지적 돼왔다. 이른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과제였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선거제도 등이 개혁과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87년 체제 그대로다. 민주주의 동력이라는 몇 번의 정권교체도 있었지만, 역지사지의 민주주의 효과는 별로 만들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는 청산과 반작용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제1야당 대표의 사법적 문제가 한국 정당정치의 블랙홀이 돼있는 초유의 정치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지지세력의 종교집단화 경향은 분열의 진영정치를 더욱 강화했다. 탄핵과 적폐청산으로 상대 세력이 붕괴되면서 견제없는 독주 정권이 됐다. 자기편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비판의견은 반개혁의 신성모독으로 공격했다. 정치 진영이 유사종교집단처럼 됐다. 대의민주주의의 원칙보다는 강경 지지세력을 동원하는 포퓰리즘의 진영정치가 지배한다. 인터넷과 SNS는 확증편향과 포퓰리즘을 동원하기에 용이한 시대적 환경이다. 민주화 세력의 정치적 명분이 시대와 더불어 소진되기도 했지만, 극단적인 진영정치는 정치를 그들만의 권력투쟁으로 만들었다. 국가기구는 물론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까지도 진영정치가 지배하는 정치권력 카르텔 사회가 됐다.
 
2022년 이코노미스트지 부설 연구소(EIU)의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한국이 8단계 하락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수년간의 대립적 정당 정치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큰 타격을 입혔다. 정치에 대한 마니교적(선악이분법) 해석은 합의와 타협을 위한 공간을 축소시켰고, 종종 정책 결정을 마비시켰다. 정치인들은 합의를 도출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경쟁 정치인을 무너뜨리는 데 정치적 에너지를 집중한다.” 민주주의 기반에 대한 침식이다.
 
이런 유사종교화 경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개딸’정치로 이어졌다. 더구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더 극단적인 승부를 거는 정치가 됐다. 이는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독주 배경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탄핵과 코로나 시국으로 독주할 수 있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제1야당의 사법리스크를 볼모로 잡고 독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시절의 적폐청산은 카르텔청산으로 대체되고, 문재인 정부의 독주에 대한 반작용은 공영방송 문제와 이념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과반이 아니라 30%대의 저조한 지지율로도 독주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리더십으로 독주하는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벼랑 끝 포퓰리즘으로 돌파해 보려는 제1야당 대표, 한국 정치의 양쪽 리더십이다.
 
정치집단의 유사 종교집단화 현상은 국제적으로도 지적되고 있는 바이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사이비 종교단체들을 본다. 그런데 우리 정치의 주류집단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정말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 전 국회입법조차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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