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안전사고와 공사 중인 건축물 붕괴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가해지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1년 반이 지나도 안전사고는 오히려 늘고, 부실공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붕괴사고 시공사를 대상으로 한 행정처분만 부각되면서 건설업계의 걱정과 불만도 쌓이고 있습니다. 처벌보다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2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업체 대표들에 대한 판결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기업들은 떨고 있습니다. 최근 항소심에서도 실형 선고가 내려지는 등 처벌 수위가 상당하다는 시각입니다.
중처법 적용 1호 사업장인 삼표산업의 경우 오너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법 시행 3일째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 3명이 토사 붕괴로 사망한 사건에 따른 것이죠.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3월 검찰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중처법에 의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 적용 중입니다.
이 법은 안전시설 확충 등을 취지로 지난해 1월 시행됐으나, 적용 대상 기업들의 중대재해는 증가 추세를 보이는 실정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 수는 △2021년 71명 △2022년 74명 △2023년 7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대형건설사에 영업정지 예고…"경제 실익 없어" 우려도
대형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와 관련해 영업정지 처분에도 업계 시선이 쏠립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21년 6월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지에서 철거 중인 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와 관련, 관할 관청인 서울시로부터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각 8개월씩 '부실시공 혐의'와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따른 조치입니다.
HDC현산은 부실시공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에 소송을 제기해 재판 중이며,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관련 영업정지는 4억여원의 과징금으로 갈음했습니다.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의 외벽 붕괴로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친 사고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의 엄중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지하주차장 붕괴로 공사가 중단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사고 현장이 검은색 천막으로 덮여 있다. (사진=뉴시스)
직접적인 인명사고가 없었던 GS건설에는 사실상 최고 수위 징계인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예정입니다. 국토부는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추진하고, 서울시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무관용 원칙'을 강조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감경 요인은 없다고 본다"며 선을 긋기도 했죠.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인명사고가 없고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GS건설에 대한 처분이 HDC현산보다 약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며 "정부가 이번 사고를 본보기로 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실시공이 드러난 이상 강력 처벌이 마땅하지만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진 점은 아쉽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건설산업 전반에서 볼 때 장기간 영업정지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GS건설과 HDC현산은 시공능력평가 11위 내 대형건설사로 주택 공급량 또한 많다"면서 "영업정지 여파는 하청업체까지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차라리 재발방지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부실시공에 대한 일벌백계는 당연하지만 안전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사고 재발 방지 제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회사가 휘청일 수 있는 처벌이 국가 경제에 실익은 없는 만큼 재발방지 구축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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