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우려 노을, ‘본말전도’ 유무상증자 논란
IPO 1년만에 현금 '텅텅'…결손금 급증에 유동성 위기
회사 존폐 기로에 주주돈으로 생색내기?
추가 자금조달 우려도
2023-07-07 06:00:00 2023-07-07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스닥 상장자 노을(376930)이 기업공개(IPO) 1년여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해 논란입니다. 노을은 작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유동성 우려가 커진 상황입니다. 당장 자금조달을 하지 않으면 ‘자본잠식’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유증 흥행을 위한 주주달래기식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자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노을, 이대로면 자본잠식 위기…자본확충 절실
 
(그래픽=뉴스토마토)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노을은 지난 4일 유무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유증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총 300억원 규모이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유증으로 발행되는 신주는 총702만주이며 예정 발행가액은 4725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노을은 이번 자금조달로 마련한 자금 대부분을 연구개발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인데요. 업계에선 노을의 자본확충이 부실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IPO 1년여 만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데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조달한 150억원의 자금 중 올해 1분기 기준 사용된 금액은 100억원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50억원은 금융상품에 예치해둔 상태죠.
 
인공지능(AI) 진단 플랫폼 기업인 노을은 대부분의 매출이 말라리아 진단 등 진단키트에서 발생하는데요. 지난해 대부분의 진단사업이 코로나19 진단 위주로 이뤄지면서 매출이 급감했죠. IPO 당시 노을은 지난해 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매출은 5억원에 불과했고 15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습니다. IPO 이후 결손금 급격히 증가했고 작년 1분기 233억원이던 자본총계는 작년 말 113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노을의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57억2676만원, 77억394만원입니다. 당장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없다면 2분기 21억원의 영업손실만 기록하더라도 부분 자본잠식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지난해처럼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경우 완전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노을의 경우 작년 3월 기술특례로 상장했는데요. 특례 상장의 경우라도 상장 후 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면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존폐 기로서 무증 생색내기?…'본말전도'
 
노을은 유증 흥행을 위해 무상증자 카드도 꺼냈습니다. 보통주 1주당 1주를 무상증자할 예정입니다. 유증 참여로 받은 신주는 자동으로 무상증자 대상으로 적용돼 공짜 신주를 받을 수 있습니다.
 
통상 무상증자는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식을 주며 호재로 인식되지만, 노을은 지난 2019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입니다.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노을이 유무상증자에 나서면서 시장에선 ‘본말전도’라는 조롱이 나옵니다. 유상증자 없이 노을이 무상증자를 진행했다면 1분기 재무기준 자본잠식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노을이 이번 무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는 총 1847만3530주로 액면가(500원)을 기준으로 신주발행에 필요한 재원은 92억원. 자본잉여금이 92억원 줄어드는 겁니다.
 
노을은 무증 신주 재원으로 주식발행초과금을 사용할 예정인데요. 당장 자본잠식을 걱정하던 기업이 주주들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무상증자를 진행하는 셈입니다. 회사의 존폐가 달린 자금조달에서 주가 부양을 위한 무상증자를 껴 넣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결과적으로 노을은 증자로 자금을 조달하고 발행가와 액면가의 차이로 적립되는 ‘주식발행초과금’을 이용해 무증을 진행하는 건데요. 주주에게 손을 벌리면서 쓰지도 못할 돈으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식발행초과금은 상법상 법정준비금에 해당돼 회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돈입니다. 주식발행초과금이 자본금 1.5배를 초과할 경우 무증 등에 사용 가능합니다. 
 
유증 계획에 주가는 급락…"추가 자금조달 가능성도"
 
만성적자인 노을의 유무상증자 결정에 주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유증 공시 당일 주가가 하한가(29.91%)까지 떨어졌으며, 지난 6일에도 4.60% 하락했습니다.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 대규모 신주발행이 예고되면서 기존 주식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죠.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수량은 702만주로 발행주식총수(1145만3530주)의 61.29%에 달합니다. 더구나 25%의 할인율까지 제공됐죠. 주식 가치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유무상증자에 참여해야 합니다.
 
일례로 노을 최대주주를 비롯한 특수관계자들은 이번 유증에서 배정주식의 약 23%가량을 참여할 예정인데요. 유상증자 후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기존 38.37%에서 27.22%까지 감소할 예정입니다. 배정물량을 모두 받지 못한 만큼 무증 후에는 26.84%까지 추가로 감소할 예정이죠.
 
전문가들은 향후 노을의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결손금 확대로 유동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자본잉여금을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며 “영업적자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언제고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관련해 노을 관계자는 “무증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주환원 차원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상증자로 자본잉여금이 빠지기는 하겠지만, 유증 이후 재무구조도 안정화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에는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무상증자를 진행해도 재무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노을은 이번 자금조달로 마련한 자금 대부분을 연구개발 등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입니다. 28억원을 생산라인 증설 등 시설자금에 활용하며, 나머지 272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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