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포털 제휴평가 중단이 의미하는 것
2023-06-22 06:00:00 2023-06-22 06:00:00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한국 언론의 이너써클은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진입도 퇴출도 모두 멈춰선 상태다. 제휴평가위 2.0을 준비한다더니 판을 엎어버린 상황이다. 제휴평가위는 2015년에 출범해 해마다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제휴 여부를 결정했다. 올해 2월 제휴평가위 8기가 출범했는데 첫 회의는커녕 제휴 신청조차 받지 못하고 공중 분해됐다.
 
포털의 제휴평가 중단을 보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국민의힘에게는 포털이 눈엣가시다. 민주당도 다를 게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정성 논란이 쏟아졌고 양쪽에서 욕을 먹었다. 진성호(당시 이명박 캠프 뉴미디어실장)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봐야 한다고 했던 게 2007년의 일이고 윤영찬(민주당 의원)네이버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서 논란이 됐던 게 2020년의 일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포털이 공정하지 못해서 여론이 우리 편을 안 든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둘째, 메이저 언론사들의 불만도 컸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에 등록된 일간 신문이 716, 주간지와 월간지가 각각 3329개와 5203, 인터넷 신문이 11251개나 된다. 포털과 제휴하는 언론사가 늘어날수록 메이저 언론사들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줄어들고 광고 시장의 파이도 쪼그라든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집요하게 포털을 공격하는 이유다. 이들은 포털 뉴스를 고쳐 쓰기 보다는 아예 판을 깨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셋째, 포털 입장에서 뉴스는 아직 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한국처럼 한 군데서 온 나라의 뉴스를 모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덕분에 구글이 검색 점유율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많지 않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언론사들에게 지불하는 직간접적인 콘텐츠 비용이 수천억 원에 이르지만 그 이상의 독점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넷째, 포털이 욕 먹을 일이 많긴 하지만 독자들 입장에서는 한국형 포털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여러 언론사 뉴스를 공짜로 모아 볼 수 있고 검색도 편리하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이용자들이 다음으로 몰리고 보수적 성향의 이용자들이 네이버로 몰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선택의 결과였다. 난장판이 되곤 하는 뉴스 댓글 역시 한국적 현상이다. 국민들 상당수는 포털 뉴스가 사라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우리의 질문은 제휴평가위 중단 이후 무엇을 대안으로 내세울 것인가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제휴평가위 출범 이후 어뷰징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해서 비교적 진입과 퇴출의 절차적 공정성도 확보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기사형 광고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심지어 연합뉴스가 잠깐이나마 퇴출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아마도 포털판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걸 만들 생각인 것 같다. 대통령실과 여야 정치권에서 위원을 파견하되 정부가 위원장을 선임하고 주도권을 갖는 모델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 때부터 제휴평가위 법제화와 속기록 작성, 공개 등의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포털 뉴스의 배열과 노출 기준을 감시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에서 뉴스의 다양성이라고 부르는 걸 보수 진영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부른다.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의 진입을 더 늘리고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잡도록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는 게 보수 진영의 오래된 숙원 과제였다. 제휴평가위 중단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선택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안다. 총선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인터넷 공론장을 흔들고 여론을 장악하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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